▲ 구태우 기자

“조합원과 직원이 주인이 되는 회사를 만들겠다.”

생애 처음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한 조광래(46·사진) 야마하뮤직코리아노조 위원장이 세운 목표다. 조 위원장은 야마하뮤직코리아에서만 14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한 영업통이다. 야마하그룹이 한국법인을 설립한 2001년부터 일하고 있는 그는 회사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악기와 음향기기 도매사업과 교육사업(야마하뮤직교실)을 하는 회사다.

그랬던 조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노조를 만들었다. 조합원은 44명이다. 회사 매출이 설립 당시보다 5배 이상 높아졌는데도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2013년 야마다 토시카즈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물류부문은 외주업체로 넘어갔다.

노조는 회사와 임금교섭에 진척이 없자 지난해 12월부터 쟁의행위를 준비 중이다. 같은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 95.4%가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원들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마하뮤직코리아에서 조 위원장을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야마하그룹에 45% 배당, 직원들은 고용불안”

- 한국법인이 설립된 지 14년 만에 노조가 생겼다. 계기가 있었나.

“경영합리화와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겠다던 회사가 물류부문을 외주업체에 넘겼다. 직접 운영할 때와 비교해 비용이 220%나 증가한 반면 서비스는 오히려 나빠졌다. 고가 그랜드피아노는 전문가가 운반해야 하는데 택배회사가 옮기는 실정이다. 대리점에서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직원들도 노조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여기에 물류 외주화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가 겹치면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 야마하뮤직코리아에서 해고가 자주 이뤄지는 편인가.

“인사 담당자가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하면 대부분 권고사직이라고 보면 된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직원들의 실적이나 근무평가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계약직으로 입사한 사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계약해지를 당했다.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야마하그룹 해외법인 중에서도 매출이 높다. 모범사례로 소개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14년 전 야마하뮤직코리아 건반부문 시장점유율은 3%도 안 됐다. 지금은 50%가 넘는다. 전체 사업 매출이 5배로 높아졌다. 야마하그룹은 수익의 45%를 가져간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느끼는 실정이다.”

“95% 조합원 쟁의행위 찬성, 갑을관계 정상화할 것”

- 노조가 대리점 관계 합리화, 다시 말해 갑을관계 정상화에 주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가 경영합리화를 하는 것처럼 노조도 대리점 관계 합리화를 추진 중이다. 그간 실적 강요가 심해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량 밀어내기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 영업사원도 힘들고 대리점 사장도 힘들다. 지금은 대리점 사장들이 재고 부담이 없다며 좋아한다. 갑을관계를 해소하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져 결국에는 소비자들도 이득을 볼 것이다. 1월 실적이 나왔는데 목표 매출액에 30% 가량 못 미쳤다. 14년 동안 실적이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다르게 보면 지금이 정상이다.”

-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 나갈 생각인가.

“노사가 처음 교섭자리에서 만났을 때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회사는 꾸준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조가 쟁의행위를 준비하면서 교섭 분위기가 바뀌었다. 교섭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연가투쟁과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언론에 야마하뮤직코리아의 문제점을 알리고, 선전전도 진행할 것이다. 지난 14년간 문화기업인 야마하그룹에 다닌다고 착각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다녔다. 이제 노조가 생겼으니 회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조합원과 직원이 주인 되는 회사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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