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난해 12월29일 발표했다. 정부는 종합대책이 같은달 2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방향에 관한 노사정 합의서에 기초해 제출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실 이번 종합대책은 2014년 2월 발표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의해 그해 초부터 추진돼 온 경제활성화 계획의 일환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 개혁을 명목으로 단체협약 및 근로조건·인사조치와 관련한 노동조합 동의권을 삭제하는 내용 △비정규직 보호를 명분으로 한 사내하도급법 제정 및 파견 확대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이름하에 직무능력 성과급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확산 △기업 내부 유연성 확보를 위해 기업의 효율적 인력활용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 등 불합리한 관행 개선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발표된 종합대책은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에 활력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해고·임금·근로시간·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노동법 기준을 약화시키고, 비정규직 고용기회 제공과 외주화 남용방지라는 명분으로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사실상 노동유연화를 위해 노동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전체 노동부문의 비정규직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통상해고 규제완화는 해고유연화 시도

정부는 저성과를 해고의 실질적인 사유로 해서 교육이나 배치전환·임금조정 등 해고회피노력이라는 절차적 요건을 다했음에도 개선이 없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이는 해고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명분을 들어 사실상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제한 조항은 물론 정리해고 제한 조항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근본적으로 해고제한 법리의 폐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상 성과평가 등의 인사평가는 사용자의 자의적·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소지가 매우 크다. 사용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해고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에게 인사고과를 낮게 주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줄 것이다. 이를 누적해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는 부당노동행위 패턴 역시 이번 통상해고에 대한 규제완화에 따르면 싸워 볼 여지도 없이 ‘정당한’ 해고로 인정될 것이다. 즉 통상해고 규제완화는 비정규직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해고유연화 시도다.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하면 노동자 권리 빼앗겨

취업규칙 변경절차는 취업규칙 적용을 받는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특히 기존 취업규칙에 비해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전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불이익한 변경의 경우에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불이익변경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 사용자 의도대로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근로조건이 하락해 자신의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장치마저 빼앗는 것이다. 사실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새로운 비정규 노동자 양산 우려

정부는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 본인이 신청하면 4년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해 고용기회를 준다고 주장하나 이런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는 기간제 고용불안을 장기화시킬 뿐이다. 또 55세 이상이거나 고소득 전문직을 제외한 모든 업종(절대 금지업무 제외)에 파견을 허용하면 직접고용 원칙이 무너지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파견·사내하도급이 만연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간접고용이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형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의 근로조건과 법적 권리를 하향 평준화해 사실상 노동권 전반의 후퇴를 유도하는 대책이다.

사용자가 마음껏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근로조건을 하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2015년 새해가 밝았고 벌써 2월이다. 노동자의 2015년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기억돼야 할지 생각해 보자. ‘비정규직 보호’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려고 하는 전 국민 비정규직화를 막아 내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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