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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노동안전활동 역량 키워야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산업재해 사건 조사와 자문으로 많은 현장을 다녔다. 현장 노동안전 활동을 지켜보면서 노동조합의 노동안전활동 역량이 점점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3자로서 정확하게 지적할 수는 없지만 노조 노동안전활동에서 보이는 문제와 과제를 몇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일단 사업 연속성이 결여돼 있다. 상집간부 중 서로 담당하지 않으려는 분야가 노동안전이다. 우선 잦은 조합원 상담과 고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업무로 인해 근로복지공단 직원이나 고용노동부 감독관을 만날 일도 적지 않다. 실무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처리하다 보면 업무 피로도가 높다. 통상 2년 단위로 바뀌는 노조 특성상 업무에 익숙할 때쯤 현장으로 복귀하고, 새로운 담당자가 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업무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노동안전 담당자들이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정보가 체계적으로 축적돼 있지 않다. 전통적 방식에서 재해예방활동의 기본은 안전사고 사례 축적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안전사고가 노조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와 별도로 4M(Machine·Man·Media·Management) 관점에서 분석해 ‘재해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공상 사건과 사업주 산재발생 신고대상 사고도 포함된다.

노조는 연도·부서·직종·상병·원인별 사업장 사고에 대한 분석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산재가 승인된 사건은 정보공개를 신청해 자료 일체를 구비하면 된다. 불승인된 사건 또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기존 사고사례 분석을 통해 노동안전활동 사업의 방향을 정하면 다른 산재신청에서 유용한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셋째,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해야 한다. 현장에서 작성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보고서를 보면 현실과 유리된 보고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해요인조사가 노동현장 개선과 노동자 산재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보건교육은 대부분 관리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행되거나 형식적 서명에 그칠 때가 많다.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진단도 동일한 기관에 의해 형식적·반복적으로 수행된다. 현장 안전보건활동의 핵심 근거가 돼야 할 각종 제도적 장치·보고서·교육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넷째, 조합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사업주의 안전경영 마인드 부족과 다른 차원의 큰 장벽이다. 조합원들은 임금이라는 이익 앞에서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다. 대규모 공장을 가더라도 안전보호구를 하지 않은 채 업무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심지어 작업장에서 발암물질이 노출되고 있는데, 그 발암물질의 유독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시라도 빨리 물량을 빼내고, 초과근무를 해서 더 많은 급여를 받으려는 현실적 삶의 요구와 위험성 감소를 목표로 한 노동환경 개선은 결코 배치돼서는 안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조합원들의 인식 전환을 목표로 활동해야 한다.

다섯째,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노동안전 담당자 중에 산재처리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근골격계질환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사고성 재해도 마찬가지다. 산재업무 외주화로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조합원이다. 더 큰 문제는 노조에 역량과 정보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가 있는 곳은 공인노무사의 조력이 필요 없는 수준의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보건활동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도 없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각 규칙은 매년 개정되는 추세다. 관련 제도도 빠르게 바뀐다. 가령 노조들은 2013년 도입된 위험성평가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다.

노조가 안전보건활동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회사 방침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10년을 바라보고 노동안전활동가를 키워 내는 체계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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