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청년층의 ‘기생 인구화’ 현상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성년이 된 자식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별로 흠이 되지 않고, 자식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마치 부모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문화적 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20·30대 ‘기생 독신자(Parasite Single)’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기생 독신자는 부모와 동거하면서 집·가전제품·자동차 등을 공짜로 사용하고 자기가 번 돈은 유흥비 등에 쓰는 젊은 미혼자들을 가리킨다. 도쿄학예대학 야마다 마사히로(44) 교수는 일본의 기생 독신자 수가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장기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98년 이후 이런 유의 기생 독신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39)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생 독신자 수가 467만여명에 달한다”며 “경제적 풍요에 부모의 과잉보호까지 겹쳐 기생 독신자 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생독신자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칭 ‘백수’들보다 훨씬 넓고 광범위한 개념이다. 청년실업 통계 등을 볼 때 우리 사회 ‘청년 백수’ 규모는 100만명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한다. 노동연구원 강순희 동향분석실장은 “노동시장 핵심 세력층인 20·30대에서 유휴인력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용구조가 악성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려했다.

최근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취업난은 청년층의 ‘백수화’를 부추기고 있다. 취업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면서 아예 포기하거나 대학원 진학 등으로 취업을 ‘유예’하는 경우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무위도식하면서 초호화 소비생활을 즐기는 일부 부유층 ‘청년 백수’들의 행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가족이나 사회에서 청년들의 자조 노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독립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