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찬 디어포스노조 위원장

“4개월을 파업했는데 회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조주찬(54·사진) 디어포스노조 위원장은 파업 이후 회사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30일부터 11월4일까지 121일 동안 파업을 했다. 노조 설립 26년 만에 발생한 최장 기간 노사분규였다. 저임금과 비인격적인 대우로 직원들의 불만은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조합원들은 121일간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파업 이탈자는 전체 참가자의 12%에 불과했다.

디어포스 인천공장·진천공장 조합원들은 파업이 끝난 뒤에도 근무지를 가리지 않고 똘똘 뭉쳤다. 네이버밴드를 통해 조합원 경조사를 챙기면서 동지애를 쌓아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파업 참가 여부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 지급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29일 오전 인천 서구 디어포스 인천공장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조주찬 위원장은 “파업으로 생긴 노사 간 팽팽한 긴장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회사는 오히려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30분 동안 노조 네이버밴드 알림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화학노련과 한국경총에 교섭을 위임한 끝에 합의문을 체결했는데.

“가장 큰 성과는 전 집행부에서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을 개선한 것이다. 병가를 쓸 때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단협에 있을 정도였다. 노조를 지킬 수 있는 조항도 추가했다. 이전에는 회사에 불만이 있거나 노조 집행부에 소신발언을 하는 조합원은 중국 공장으로 발령하거나 노조 가입을 할 수 없는 부서로 배치했다. 이번 단협에 19개 조항을 추가해 조합원과 노조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앞으로 해외발령을 하려면 노조와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

- 파업 원인이었던 관리자의 비인격적인 대우는 개선됐나.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반말하고, 폭언을 하는 것은 많이 개선됐다. 그렇다고 윤호철 대표이사가 바뀐 건 아니다. 윤 대표는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에게 위로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는 파업에 불참한 조합원에게 더 많은 위로금을 줬다. 파업 기간에 임금을 못 받아 생활고를 겪은 조합원들은 되레 위로금을 적게 받았다. 직원들은 80년대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를 대형마트나 글로벌기업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런 직원들이 왜 파업을 했겠나.”

- 회사측이 파업 기간에 가정통신문과 문자 메시지를 가족에게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파업 이탈자가 10명밖에 안 됐다.

“25살 때 회사에 입사해 30년을 넘게 다녔다. 인천에 작은 공장 하나밖에 없던 회사가 지금은 외국 현지에 여러 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회사가 이렇게 성장을 했는데 직원들 처우는 어떤가. 나이 어린 관리자한테 무시당하고, 5년차 직원과 30년차 직원의 임금차이가 1.5배도 채 안 된다. 파업하면서 공장 앞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 같이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회사 욕도 처음으로 대놓고 했다. 그렇게 짓밟히다가 자기 목소리를 내니까 조합원들의 의식이 확 바뀌었다.”

- 위원장 입장에서 장기파업에 대한 고충이 많았을 텐데.

“3개월 넘으면서 내가 조합원이었다면 3개월 넘게 파업을 함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울면서 큰절을 했다. 파업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났는데,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7년 동안 안 마신 술을 파업하는 동안 마셨다. 요즘도 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 올해 임금교섭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회사는 제왕적 경영을 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 출마하면서 아내한테 우스갯소리로 생명보험에 들라는 얘기를 들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 찬성률이 95% 나왔다. 그런데 불참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그만큼 회사측 압박이 심했다. 나는 윤호철 대표보다 오래 일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회사가 번창하기를 바란다. 기업을 이만큼 일군 직원들은 회사 자산이다. 윤 대표가 바뀌지 않으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