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고용노동부가 파견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고령자와 전문직의 대상자수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40%인 741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파견확대는 사내하청·불법파견을 많이 사용하면서 불법 시비에 휩싸인 대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사실상 파견 확대에 목적을 둔 대책이라는 비판이다.

파견 확대와 불법파견 논란 해소

29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55세 이상 고령자는 327만6천명, 관리·전문직은 452만3천명이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 중 고령자면서 관리·전문직인 38만8천명(중복 계산자)을 제외한 741만4천명이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 파견범위 확대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전체 임금노동자 1천877만6천명의 39.5%에 해당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재분석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2015년 노사관계 주요 쟁점 전문가 정책간담회’에서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선진국에 비해 경직된 파견대상과 업종제한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며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과 의사·한의사 등 절대금지업무를 제외한 55세 이상 고령자와 관리직·전문직의 파견범위를 확대·허용하고 2년 기간제한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직접생산공정 전체는 아니더라도 특정 분야를 파견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도 표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을 많이 사용하고 현대자동차에서 나타났듯 상당수가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려 있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파견을 확대하고 불법파견 논란을 해결하려는 재벌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노동자 436만명 중 37.3%인 162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이 중 사내하청과 파견·용역을 포함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87만명으로 전체의 20.0%를 차지한다.

10대 재벌그룹(계열사 포함)으로 가면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커진다. 10대 재벌 계열사 소속 노동자 120만명 중 비정규직은 43만명(36.3%)이고, 이 중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30.2%인 36만1천명이다.

2006년 비정규법 논의 당시에도 파견법이 막판 쟁점

“정부가 파견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겠냐”는 김 연구위원의 주장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2006년 2월 국회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당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정안을 포함한 비정규직 관련 3법 제·개정에 절대 합의할 수 없다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파견법상 파견 2년 후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고용의제 조항을 "고용해야 한다"는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내놨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나라당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파견법 개정안과 기간제법 제정안을 합의처리했다. 비정규직 관련 여러 쟁점 중 막판 쟁점은 파견법이었다. 한나라당이 사용자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 단기근속자 비율은 35.5%, 장기근속자 비율은 18.1%로 세 지표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며 “노동소득분배율도 한국은행 기준으로 96년 62.6%에서 2012년 59.7%로 2.9%포인트 하락했고, OECD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98.8%에서 83.2%로 15.6%포인트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10대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 288조원에서 2013년 522조원으로 두 배 가량(234조원) 늘었다. 그는 “노동시장 양극화는 정규직 과보호가 아닌 재벌 과보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노동시장 양극화의 첫 번째 해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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