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금속노조 소속 지회를 기업별노조로 전환하고, 금속노조에 남은 조합원들에게 인권침해에 가까운 차별행위를 가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경주 소재 자동차 부품사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노조에 따르면 조만간 대법원이 2010년 진행된 발레오전장노조의 조직형태변경 효력을 다투는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산별노조인 발레오만도지회를 기업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이 사건 조직변경 결의는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더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변이 없다면 대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발레오전장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노조파괴 전문가로 꼽히는 창조컨설팅과 회사측이 공모해 금속노조 지회를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별노조를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당시 국감에서 밝혀졌다.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진 뒤 전개된 회사측 폭력행위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회사측 관리자와 이 회사 사장이 주고받은 “(금속) 노조원 패도 돼요?”, “개값 물어주지”라는 대화가 시사하듯 막장드라마에 가까운 노조탄압이 이뤄졌다.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임금 차별과 지회 사무실에 대한 단전·단수, 심지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회사측 관리자가 농약을 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1·2심 법원 모두 기업별노조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대법원마저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회사측이 ‘공장 철수’라는 강수를 들고나왔다. 프랑스 발레오그룹의 자크 아쉔브아 회장은 최근 “금속노조와 발레오노조 간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자크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면 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단결권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조직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당 국가로부터 이전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다른 나라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의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전보발령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노조파괴와 노동탄압에 골몰하다 못해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으로 내모는 발레오 자본에 맞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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