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1.16 선고 2013가합508519 판결

1. 판결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현대자동차 임금청구사건에 관한 판결을 선고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이 판결에서 15일 미만 근무자에 지급하지 않고 15일 이상 근무시에만 지급하는 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15일 미만 근무하더라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는 상여금의 경우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 중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옛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 소속 근로자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옛 현대자동차써비스 소속 근로자를 구분해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달리 판단했다. 이와 같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15일 미만 근무자 제외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피고 회사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서 한 것이었다. 한편 옛 현대자동차써비스 소속 근로자로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일부 원고들의 임금청구에 관해 법원은 피고 회사가 지급해 온 연월차휴가수당·휴일근로수당·고정연장수당 등은 근로기준법상 기준에 미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하고 연장근로수당 청구부분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이하에서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 부분에 집중하고 이 부분에 관한 검토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청구

이 사건 재판은 2013년 3월5일 윤복근 외 22명이 원고로서 피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피고 회사)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2012년 9월5일 현대자동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대표자로 선정한 소송 결과를 전체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노사는 대표자 선정 등 이 대표소송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다 노조가 직군별 대표로 선정한 원고들이 소를 제기했다.

소 제기 당시에는 상여금·귀향비·휴가비·선물비·유류비·단체상해보험료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그에 따른 법정수당 등 미지급임금을 청구했다. 이는 당시 판례 태도에 따라 상여금·귀향비·휴가비·선물비·유류비·단체상해보험료 등을 통상임금에 해당할 임금항목으로 청구한 것이다. 당시 휴일근로에 관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는 데 대해서는 노사의 대표소송 합의 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제외됐다.

그 뒤 통상임금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에서 진행되면서 이 사건도 그 재판의 경과 및 결과를 살펴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2013년 12월1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하는 귀향비·휴가비 등 복리후생 명목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게 됨에 따라 이를 제외하고 상여금에 한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법정수당 등 미지급임금을 청구하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2014년 4월22일 법원에 제출했다.

3. 쟁점

피고 회사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임금청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전자에 관해 살피기로 한다(이 외에도 판결에서는 구체적인 연차휴가수당·휴일근로수당·고정연장수당 등이 근로기준법 기준을 위반한 것인지에 관해 판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재판에서는 피고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 원고가 산정한 청구금액 산정에 관해서는 다투지 않는다고 한 바 있어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피고 회사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서 15일 미만 근무시 제외한다는 기준이 문제가 됐다. 2013년 12월18일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임금은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예를 들어 근로일수가 15일 이상이면 특정 명목의 급여를 지급하고 그 미만이면 근무일수에 따라 급여를 일할 계산해 지급하는 경우에는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15일 미만 근무시 일할 계산해 지급치 않는 급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판결). 피고는 이 법리를 내세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이 지급제외 기준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그 효력을 다퉜다. 먼저 이 지급제외 기준에 관한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은 단체협약에 반할 뿐만 아니라(아울러 상여금에 관해 정하고 있는 피고 회사 취업규칙 등도 단체협약에 반해서 효력이 없다) 취업규칙으로서 근로기준법의 불이익변경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이와 함께 15일 미만 근무시 지급제외 기준이 인정되더라도 피고 회사에서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한편 옛 현대자동차써비스 소속이었던 원고들은 1999년 3사 통합 이후에도 피고 회사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의 15일 미만 근무시 지급제외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15일 미만 근무하더라도 일할계산해서 지급받아 왔는 바 이에 대해 피고는 이들에게도 피고 회사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이 적용됨이 분명하고 단지 지금까지 그것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서 종전대로 지급해 왔던 것뿐이라며 피고 회사 전체 직원에게 적용되는 상여금 지급기준이라서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 비판

가. 이 사건에서 법원은 먼저 1994년 제정 당시부터 지급제외자 규정이 있었으니 그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의 불이익변경 절차에 따라야 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은 피고 회사가 작성 신고한 ‘취업규칙’을 포함해서 근로조건 및 복무규율에 관한 제 준칙을 말하는 것으로 급여규정,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등을 망라한 것이고 종전에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변경하는 시행세칙의 제정이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봐야 함에도 이 사건 법원은 이를 잘못 판단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93년 옛 현대자동차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조합원에 대한 임금은 기본급 및 제수당을 포함한 급여규정과 제수당 시행세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는 등 피고는 단체협약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에서 구체적·보충적인 지급규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급제외자 규정이 그러한 한도에서 마련됐다고 봄이 상당해서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지급시기 및 지급률을 정하고서 그에 해당하는 조합원에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용자인 피고가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으로 지급제외자 규정을 정해서 일정한 조합원에게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므로 이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봐야 했던 것으로 부당하다.

나. 그리고 이 사건에서 법원은 15일 미만 지급제외자 기준의 상여금은 생산 기여도가 극히 낮다고 평가되는 경우 상여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서 이러한 임금이 강행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직자 중 15일 미만 지급제외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 회사에서 상여금은 2개월로 지급산정 기준기간을 정하고서 그 중간퇴직자에게는 단 1일을 근무하더라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는, 그야말로 2개월이라는 기준기간에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지급하는 임금이고, 실제로 신규채용·휴직·복직·정직·촉탁·노조전임 등 개별적인 특수 사정과 전혀 결부되지 않고서 순수하게 결근만으로 근무하지 않아서 재직자가 지급제외자 규정에 의해서 지급받지 않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보면 피고 회사에서 지급제외자 기준은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상여금 지급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라서 이를 근거로 고정성을 부정하는 이 사건 판결은 부당하다. 오히려 위에서 살펴본 나머지 상여금 지급기준까지 고려해서 본다면 피고 회사에서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봐야 했다.

다. 이상을 통해서 보면 이번 판결에 관한 비판은 일정 근무일수 이상을 지급기준으로 하는 임금에 관해 고정성의 결여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비판이기도 하다. 1일 8시간, 1주 40시간 이내로 일·주·월 등의 기준기간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함에도, 그 소정근로 내에서 일정 근로(시간·일 등) 이상일 경우에 지급한다는 조건이면 이는 추가적 조건의 성취에 비로소 지급돼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례는 극복돼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법정(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서 이를 초과하는 법정 외 근로를 하게 되는 경우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서 법정근로시간, 즉 1일 8시간, 1주 40시간 이내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제50조·제56조). 이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통상임금제도의 본질이다. 법정(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 일체가 통상임금으로 파악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그 소정근로 내에서 일정 근로(시간·일 등) 이상시 지급하기로 추가적 조건을 정해 놓는 것으로 이 사건 상여금처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게 된다면 법정 외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이 법정(소정)근로의 대가, 즉 법정(소정)근로를 하기만 하면 지급하는 일체의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받게 되고 이는 법정근로시간과 법정수당에 관한 근로기준법상 제도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만다. 그로 인해 법정근로시간을 정한 근로기준법이 규범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 나라의 노동현실이었다. 법원이 왜곡한 통상임금의 법리가 초래한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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