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벌써 2주 전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2015 북미 국제 오토쇼’가 열리던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댄 암만 지엠 사장이 “지난해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15만대가량 감소한 것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탓도 있지만, 한국지엠의 비용 경쟁력 악화와 환율 등의 영향도 컸다”며 “동일 차종의 대당 생산비를 비교하면 한국이 인도의 2배”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크게 감소되면서 생산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고, 이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사측에 강력히 항의해서 투쟁했었다. 이에 대해서 글로벌 자본인 지엠의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이렇게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행한 유럽에서의 쉐보레 브랜드 철수 결정 탓만이 아니고 한국지엠의 비용 경쟁력 악화도 크게 작용했다고 변명의 말로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지엠의 비용 경쟁력 악화라니. 대당 생산비가 한국이 인도의 2배라고 댄 암만 사장은 한국지엠의 생산량 저하가 일시적인 물량 감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암만 사장은 “줄어든 15만대 중 지난해 11월부터 뷰익 앙코르(트랙스)와 오펠 칼(스파크 후속 모델)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5만대 수준이 회복됐다”며 “계속해서 수출물량을 늘려가긴 하겠지만 과거만큼 생산기지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엠의 자동차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던 한국지엠이 더 이상 과거만큼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없을 거라고 그가 전망하고 있는데, 바로 그는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결정할 수 있는 글로벌 지엠의 최고경영자다. 그의 전망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다. 생산 계획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비용 경쟁력이 악화된 한국지엠 대신 그 절반의 비용으로 인도에서 동일 차종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니 그 계획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의 말이 단순히 한국지엠의 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한 협박의 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렇게 지엠 자본은 변명의 말로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협박의 말이기도 했다. 이날 스테판 자코비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최근 6~7년간 한국의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한국지엠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댄 암만 사장이 말한 대당 생산비가 인도의 2배에 이른다는 한국지엠의 비용 경쟁력 악화란 결국 한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두고서 하는 말이었다. 임금 수준이 높아서 더 이상 한국에서 자동차생산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 세계에서 자동차생산을 하는 글로벌 자본 지엠은 과거처럼 한국지엠을 전 세계 지엠 자동차의 생산기지로 해서 사업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일까. 글로벌 자본인 지엠의 최고경영자가 어떤 취지로 이런 말을 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생산물량을 감축하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언젠가는 인도로 철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물량 감축에 항의해서 투쟁해 온 한국지엠의 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한 협박인 것인지 나도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그걸 탐구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궁금해도 나는 그 말의 의도가 아니라 그 말의 의미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이 나라 자동차산업을 두고서 주요 자본인 지엠 사용자가 한 말이니 노동자권리 타령하는 나는 허투루 들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 말의 의미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2. 인도 5천달러, 한국 3만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다. 지엠 사장이 “동일 차종의 대당 생산비를 비교하면 한국이 인도의 2배”라고 밝히면서 "한국, 높은 인건비·노조문제로 차(車)산업 경쟁력 저하"라고 위와 같이 말했다고 해서 검색해서 이런 걸 다 찾아봤다. 그의 말은 인도 노동자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국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게 된다는 것이겠다. 대당 생산비가 인도의 2배라니 임금도 절반으로 뚝 삭감해 버려야 한다고 그는 노골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지엠 사장으로서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그럼 저임금으로 국민소득이 5천달러 수준에 머물러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의 말대로라면 국민소득 5천달러인 인도보다 더 낮은 나라라서 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에게 인도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서 자동차생산을 할 수 있다면 그런 나라야말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노동자가 저임금일수록 나라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고, 인민이 가난할수록 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말로 지엠 사장은 한국지엠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말하고 있는 것이고 이 나라 자동차산업에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자 임금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노동자가 저임금이어야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만세라는 거다. 그렇다니 임금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확보해야 하는 이 나라 노동자에게는 그가 말하는 이 나라 자동차 산업발전은 아 빌어먹을 차 산업발전이고 대한민국 만세다. 자본은 인건비를 비교하며 국제적으로 노동자를 쇼핑하는데 노동은 노동자든 노조든 국경선에 갇혀 나라 발전 놀이에 빠져 있으니 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말은 그만이 하는 말이 아니다.

3. 이런 말, 이 나라 노동자에게 낯설지 않다. 그러니 지엠 사장이 위와 같이 말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이 나라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특별히 분노해서 규탄하지도 않았다.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임단협 교섭 때가 아니라도 수시로 하는 말이다. 임금이 높아서 회사가 어렵고, 임금이 높아지면 회사가 어려워진다고 끊임없이 해 왔던 사장의 말이다. 너무도 자주 해온 터라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런 말이 무슨 뉴스로 보도될 일도 아니고, 뉴스로 보도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단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는다는 게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사장의 말대로라면 그런 사업장은 기업 경쟁력이 없어서 벌써 망했어야 하니 말이다. 어디 사업장에서만이겠는가. 신문과 방송에서 뉴스로 시사토론으로 늘 보고 듣는 말이다.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정규직의 임금수준이 높다고,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해서 노동시장 개혁을 말하고 있다. 철밥통이라고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기관의 노동자가 무슨 문제라도 되는 듯이 정상화를 말하고, 노동귀족, ‘갑질’하는 노동자라도 되는 양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라고 개혁을 말한다. 비정규직·청년실업·경제침체 등 지금 이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을 사용하지 않고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도 사용자이고, 엄청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초저금리의 시대에 저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 얼마든지 시설 투자를 통해 대규모 신규채용을 할 수 있는데도 그러면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데도 그걸 하지 않는 것도 자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나라에선 사용자에 고용된 노동자와 그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조합을 탓하고 있다. 이런 자본과 권력의 말을 듣고 있자면 사업장은 노동자의 것이고, 경제는 노동자가 좌우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노동자가 사업장과 나라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거라고 이 세상은 노동자세상인 듯 착각하게 된다. 혹시 나도 모르게 어느 법률에 정해 놓았는가. 사업장에서 노사가 협력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하자는 노사협의회에 근로자위원이 참여한다고 해서 노동자가 사업장의 주인이 된다고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어느 조항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걸로 노동자는 주인이라고 이 나라에서 사용자와 권력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 나라에서 노사가 협력해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노사정 회의에 노총이 참여한다고 해서 노사정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은 어느 조항에도 이 나라 경제와 권력의 주인이 노동자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걸로 노동자는 주인이라고 알고서 이 나라에서 자본과 권력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그러니 이제라도 주인으로서 행사를 하겠다고 노동자는 나서야 한다는 것일까. 주인인데도 그걸 모르고 주인노릇을 하지 않아서 사업장과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켰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주인으로서 인정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감히 조금이라도 사용자와 함께 주인인 듯이 한 행위에 대해서 법원이 뭐라 하고 있는지 보자. 이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권리를 선언해 주는 법원의 판결은 거짓일 수가 없다. 사용자를 노동자의 주인으로 만드는 계약인 근로계약에 기재하는 임금·근로시간·해고 등 근로조건 이런 것 말고 말이다. 사업장의 주인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사업장 이전·매각·합병 등 이른바 경영주체의 경영상 결단에 속한다는 사항에 관하여 보자. 이 나라에서 대법원판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2010.11.11 선고 2009도4558 판결 등),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대법원 2003.7.22 선고 2002도7225 판결 등), 이런 사항에 관해 어쩌다 노동조합과 합의해 결정 혹은 시행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는 본래 합의라기보다는 협의정도의 의미로 축소 해석해야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2.26 선고 99도5380 판결). 대법원은 주인은 고사하고 감히 주인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교섭과 쟁의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심지어 그걸 제한하기로 주인인 사용자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해 줬다 해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노동자는 감히 주인일 수가 없다고 이렇게 이 세상의 법은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그러니 주인이 아닌데 사용자와 더불어 주인인 듯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 자본과 권력의 말은 거짓이다. 주인으로서 마땅히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걸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그걸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해야 할 노동운동이 자본과 권력의 책임을 묻고 있지 못하니 감히 말하는 것일 게다. 노동자가 노동운동이 자본의 경쟁력이 낮다고, 이 나라 권력의 경쟁력이 낮다고 말하지 않으니 전반하장의 일만 일어나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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