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칼럼니스트 겸 작가

들어가기 앞서 동시대 문화와 소통하는 당신의 트렌드 지수를 알아보기 위한 잠깐 퀴즈!

“최근 ‘핫한(hot)’ 동네로 가장 새롭게 부상한 곳은?”

1. 가로수길(신사동) 2. 경리단길(한남동) 3. 서촌 4. 연남동

10점 만점의 이번 테스트에서는 사려 깊게도 오답에도 점수가 부여된다. 1번 가로수길 1점, 2번 경리단길 6점, 3번 서촌 8점, 4번 연남동 10점.

그렇다. 지난해부터 연남동은 서촌과 함께(대오서점과 함께 뜬 서촌이 약간 더 빨랐다) 가장 핫한 동네로 떠올랐다. 일부러 찾아가서 인증샷을 찍고 그걸 다시 SNS에 올리는 이들을 거대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동네 말이다. 툭툭누들타이(태국)·히메지(일본)·베무초 칸티나(멕시코) 등의 이국적인 식당이 인기라지만 그런 곳은 대충 지나쳐도 좋다. 하지만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곳이 있으니, 그 이름도 수상한 ‘어쩌다 가게’.

연남동, 그중에서도 ‘어쩌다 가게’는 일종의 성지가 됐다. ‘공유의 가치’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이들의 성지랄까? 그도 그럴 것이 마당이 딸린 2층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어쩌다 가게는 정원과 라운지 등을 서로 공유하는 8개의 숍과 작업실이 이웃해 만든 복합 매장으로 일종의 '셰어 스토어(share store)' 콘셉트로 탄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문화예술인 사이에서 한창 이슈가 됐던 '문화 백화현상'(임대료 상승으로 예술가적 소상인들이 떠나가고 기존의 개성 있는 문화가 점차 사라짐)에 대응하기 위해 '5년 월세 동결'이란 조건을 실현한 1호점으로서 갖는 의미가 크다.

어쩌다 가게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사랑하는 켄 로치의 영화 같다. 특히나 부자와 워킹푸어가 공존하는 방법을 따뜻하게 그린 영화 <에인절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를 생각나게 하는 공간. 실제로 싱글몰트 위스키바 ‘에인절스 셰어’를 중심으로 조각 케이크공방 '피스피스'와 서점 '별책부록', 수제화숍 '아베크'가 1층에 입점해 있고 2층에는 100% 예약제 1인 미용실 '바이 더 컷'과 실크 스크린 작업실 '에토프', 초콜릿 공방 '비터스윗나인', 꽃집과 핸드메이드 소품을 겸하는 '아 스튜디오'가 다정하게 이웃하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공유로 희망을 찾는 이들의 성지 어쩌다 가게의 실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어쩌다 가게보다 오지랖이 넓은 가게가 인천 배다리에서 태어났다. 이름하여 ‘요일 가게- 다 괜찮아’. 겨우 12평의 공간에 가게 주인만 17명이나 되고 요일마다 가게 주인이 바뀐다는 것이 특징이다. 요일별로 공방·극장·그림수업·사진 작업실·손뜨개 공방·디저트 카페 등을 운영하는 일곱 명의 가게 주인이 있고 가게 벽면에 마련된 12개의 선반 역시 모두 주인이 따로 있다고. 이른바 ‘가게 인 가게’ 라고 하는 ‘12개의 선반’ 물건들은 요일별 가게 주인들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대신 물건을 팔아 주기 때문에 굳이 가게에 나올 필요가 없다. 대신 판매한 상품 가격의 10%는 요일 가게 주인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궁금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렇듯 재미난 컨셉의 요일 가게를 생각해 낸 것인지. 크지도 않은 공간에 주인이 무려 17명이 되는 가게의 수입이 얼마나 되겠나. 분명 돈 때문은 아닐 터.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한 배다리는 원주민들과 문화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마을을 무작위로 갈라놓을 예정이던 산업도로 건설을 막아 낸 역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사건이 ‘요일 가게’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 사건을 시작으로 배다리로 들어와서 살게 된 예술가들과 원주민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속절없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던 낡고 튼튼한 창고 건물을 발견하게 된 것. 그리고 결국 그 사소한 발견이 ‘인천문화재단 지역거점화지원사업’과 연결되면서 ‘요일 가게’가 탄생한 것.

생각해 보면 너무 간단한 거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잠시 살다가 맨몸으로 가는 삶이다. 혼자 다 가질 필요가 있는가? 하지만 뭉치고 나누면 커진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저마다의 자산과 재능, 가능성은. 리스크는 작아지고 즐거움은 커진다. 오래 더 잘살기 위한 나눔 정신. 그것만이 살 길인지도.

칼럼니스트 겸 작가 (@kimkyun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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