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칼바람 일어 허수아비 춤춘다. 다 거두고 그 들에 이제는 쭉정이도 귀했지만, 덜렁덜렁 바람 따라 쉬지 않고 춤춘다. 굶주린 새가 날아들어 언 땅을 뒤지다가 요란스런 춤바람에 놀라 급히 떠난다. 어둠 짙은 밤을 새워 만석꾼의 땅을 지킨다. 사람 꼴을 닮았다. 기다란 막대기에 밤새 매달렸다. 어슴푸레 동이 텄고 공장 굴뚝이 선명했다. 사람은 저기 굴뚝에 매달려 응답을 기다렸다. 여섯 번의 겨울, 그간의 곡절이 굽이굽이 태백산맥이다. 눈물이 한강이다. 공장 안팎에서 응원이 이어졌다. 응답을 촉구했다. 신바람에 가수 이효리가, 아니 누구나가 춤추기를 사람들은 고대했다. 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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