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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평전-어머니의 길 58] "모범교도소가 아니라 살인교도소구먼"

2014년 9월3일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영면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는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 주세요”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소선 여사는 2011년 9월3일 목숨을 다할 때까지 아들의 유언을 지키는 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소선 여사 3주기를 맞아 <이소선 평전-어머니의 길>을 연재한다. 저자 민종덕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1990년 이소선 여사 회갑 즈음에 구술을 받아 평전을 집필했다. 당시 1979년의 삶까지 담았는데, 이번에 그 이후 삶을 보강할 예정이다. 평전은 오마이뉴스와 동시에 연재된다.<편집자>



이소선은 무조건 문짝을 발로 찼다.

"담당! 담당! 문 열어!"

담당은 얼떨결에 이소선 방문 앞으로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조용히 말로 하지 왜 문짝을 차요?"

“지금 조용히 할 계제가 아니야! 나 소장 좀 만나야겠어. 이 문 좀 열어 줘!”

"무슨 일인지 알아야 문을 열어 주든지 말든지 하지요."

"담당하고 할 얘기가 아니라 소장하고 할 얘기니까 문이나 열어 줘!"

이소선이 막무가내로 문을 열어 달라고 떼를 쓰니까 담당이 높은 사람하고 의논을 하고 돌아왔다. 곧 문을 열어 주더니 보안과로 데리고 갔다.

보안과장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당신 나 때문에 간수 중에 누구를 사직서 쓰고 나가게 했다는데 그 사람이 누구요?"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소지들이 다니면서 하는 얘기를 밤에 들었소."

"어떤 소지가 그런 말을 했소?"

"내가 어떻게 이름을 알 수 있다는 말이요? 77번 때문에 어떤 교도관이 사직서를 쓰게 됐다고 쑤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단 말이요!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요!"

이소선은 몹시 흥분했다. 금세 언성이 높아졌다.

도움 주던 교사, 쫓겨날 위기에 처하다

"나 때문에 사직서를 쓰고 나가는 교도관이 있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아시오. 수원교도소가 모범교도소로 이름이 났다면 모범교도소답게 소장 이하 직원들이 여기에 있는 죄수들을 보호해서 병이 나면 고치라고 하는 것이 임무일 텐데, 오히려 그런 임무를 충실히 한 사람을 벌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요! 죄수들이 병나서 만약 죽게 되면 그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가는 거요? 병이 나서 죽을 것 같은데 당신네들은 약 줄 생각도 안 하지, 그래서 사람을 살려냈기로서니 그게 무슨 죄란 말이요. 오히려 그런 부하를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소? 이제 보니까 수원교도소는 모범교도소가 아니라 살인교도소구먼. 죽어 가는 사람을 구제해 줬다고 사직서를 쓰게 하는 걸 보니. 어디서 독재를 본받아 가지고 아랫사람 짓밟는 것만 배웠구먼? 난 이 교도소에 살날이 며칠 안 남았어. 나 때문에 사직당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사회에 나가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정 안 되면 개인적으로라도 보복할 거야! 내가 얼마나 지독하고 못된 년인가 본때를 보여 주겠어!"

이소선은 펄펄 뛰면서 말을 단숨에 내뱉었다. 그가 소리소리 지르니까 교도관들이 달려들어 뜯어말렸다. 이소선은 더욱더 발악을 하면서 소리 질렀다.

"나 때문에 사직서 쓰고 나가라는 놈이 누군지 데리고 와. 안 불러오면 이 자리에 사람들 다 불러 모아서 뒤집어 버리겠어! 소장 새끼가 그 따위로 해서 되겠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뒷거래를 한 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 약 하나 갖다 줬다고 모가지를 자르는 이런 개놈의 새끼들이 어디 있냐!"

한참을 실랑이하자 교도관들은 이소선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이소선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눈치였다. 바로 그때 김 부장이 왔다. 김 부장이 이소선을 보더니 참으라고 말렸다. 김 부장이 자신을 대하는 걸 보니, 보안과장이 들어오기 전에 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난 잘못된 것을 보면 안 고치고 못 참아. 그러다가 여기까지 들어온 사람이야. 이런 나쁜 처사를 보고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이놈의 새끼들. 자기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부하가 했으면 잘했다고 칭찬할 일이지. 앵앵거려?"

이소선은 하도 분해서 머리로 보안과장의 가슴팍을 들이받아 버렸다. 말리라고 데려온 김 부장까지도 이소선 편을 들었다.

"나는 이분이 몹시 아파서 그대로 방치해 뒀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도와준 것뿐이에요.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내가 잘못을 했다면 사직서를 쓸 수도 있어요."

이소선은 김 부장의 말을 들으니 더 화가 났다.

"사직서를 써? 내 일로는 죽어도 사직서를 쓸 수 없어요! 하여튼 사직서를 썼다가는 내가 밖에 나가서 소장하고 보안과장부터 사직서를 쓰게 할 거야. 나는 나갈 날짜가 석 달 남짓밖에 안 남았으니 나가면 보자고. 저 여자를 사직서 쓰게 하는 놈은 끝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소선이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니 보안과장을 비롯해 간부들이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한참이나 쑥덕거렸다.

“사직서 쓰게 하는 놈은 가만두지 않겠어”

"그럼 이렇게 합시다. 사직서는 받지 않도록 하고, 그 대신 시말서만 쓰는 것으로 일단락 지읍시다."

보안과장이 김 부장한테 종이와 볼펜을 내밀었다.

"시말서는 당신이 써야지, 왜 그 사람이 쓰는 거야! 옳은 일 하는 사람한테 시말서를 쓰라는 것이 말이 되는 거요!"

이소선은 김 부장한테 내민 종이를 잡아채서 찢어 버리고 입으로 물어뜯어 버렸다. 그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김 부장한테 이소선을 데리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이소선이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 부장이 이소선한테 물었다.

"어떻게 알고 그렇게 싸웠어요?"

"소지들한테 얘기 들었소."

"일부러 사직서를 쓰고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말서 쓰는 것으로 일단락 지을 생각인 것 같아요. 시말서 쓰라는 것을 찢은 것, '시말서는 당신이 쓰시오'하고 말한 것은 참 잘했어요. ‘모범교도소 소장이 그 따위로 직무유기나 하고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 두는데 당신이 사직서를 써야지 왜 이 사람이 사직서를 쓰느냐’는 소리를 듣고 정말 고마웠어요."

결국 김 부장한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고 마무리됐다. 이 일이 교도소 밖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없었던 일로 처리한 모양이었다.

이소선은 김 부장을 볼 때, 이 세상 어디에도 올바르고 진실 된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와는 완전히 차단된, 범죄자들만 사는 교도소라는 특수한 사회에서도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거기도 인간이 사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소선은 김 부장이 하도 고마워서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무엇보다도 김 부장이 퇴직할 때까지 그 이름을 어느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소선은 석방된 이후에도 김 부장을 가끔씩 만났지만 어느 누구한테도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이소선은 석방된 지 얼마 안 돼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때 그녀는 몸에 혹이 나서 수술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소선은 자신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 테니까 수술을 하라고 권유했다.

이소선은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수술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그녀는 수원의 성빈센트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추기경의 손길 덕분에 그녀는 무료로 수술을 받고 완쾌될 수 있었다.

교도관 중에는 이소선과 심하게 싸운 교도관도 있었다.

성동구치소에 있을 때 얘기다. 무더운 여름인데 워낙 물이 귀한 데다 조그마한 방에 여러 명이 들어앉아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난다. 다른 방 사람들은 문을 따서(문을 열어 주고) 이불을 꿰매는 일을 시키고, 지도(모범수 또는 만기가 가까운 사람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을 하는 사람)를 통해 목욕물을 주는데 이소선의 방에는 물을 주지 않았다. 방 사람들은 푸른 옷을 입고, 땀을 닦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 옷의 물감과 땀이 범벅이 돼서 사람들의 몸뚱이가 시퍼렇게 물들어 버렸다. 이에 이소선은 담당 교도관을 불러 목욕물을 좀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나이 어린 담당이 대뜸 톡 쏘아붙였다.

이소선 도발하는 교도관

"무슨 죄수가 목욕물을 주니 안 주니 하는 거야?"

"땀을 너무 흘려서 옷에 물이 다 빠질 지경인데, 우리는 목욕을 안 시켜 주는 이유가 뭐야? 안 시켜 주는 이유가 있으면 그 이유를 말해 봐."

"안 주면 안 주는 거지, 죄수 주제에 목욕물 타령이야?"

그렇지 않아도 날씨는 푹푹 찌고 짜증은 나는데 나이도 어린 교도관의 말하는 본새가 화를 돋웠다.

"이 쌍놈의 계집애 봐라. 너 문 열어 봐. 죽고 싶어 환장했어?"

"그래 열어 줄게 한번 죽여 봐라!"

"죽여 줄 테니 빨리 문 열지 못해?"

교도관은 커다란 열쇠를 가지고 오더니 문을 철커덕 땄다. 이소선은 밖으로 나갔다.

"어디 한번 죽여 봐라."

교도관이 열쇠를 가지고 이소선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래, 문 열 때 쓰라는 게 열쇠지. 죄수들의 옆구리 찌르라고 준 건지 알아?"

이소선은 교도관의 가슴팍을 밀어 자빠뜨려 버렸다. 그리고 개구리 밟듯 질겅질겅 짓이겨 버렸다. 쇠 문지방에 대고 밟았으니 얼굴이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이소선은 '죄수 주제에 어떻다'는 얘기에 억울한 생각에 울컥해서 이성을 잃고 마구 짓밟았다. 비명을 듣고 다른 간수들이 몰려왔다. 이소선은 간수들에게 결박당한 채 보안과로 끌려갔다. 보안과장이 이소선을 노려봤다.

"죄수가 교도관을 때리면 죄가 되는지 모르나요?"

이소선은 보안과장의 말을 듣자,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나름대로 단정 지어 버렸다.

"나는 당신네들이 있는 곳에서는 말을 하지 않을 거요! 소장을 불러 주시오."

이렇게 나오자 보안과장은 이소선을 묶으라고 명령했다. 이소선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 돈 있는 죄수들하고 뒷거래하면서 죄수들 간에 차별대우하는 것이 잘했다는 거야? 마음대로 해 봐!"

교도관들은 소위 말하는 '범털'한테는 뒷구멍으로 돈을 받아먹고 특별대우를 해주는 대신 '개털'한테는 규정된 사항도 지키지 않았다. 목욕물만 해도 그렇다. 돈 많은 범털들만 빼내서 일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목욕물을 많이 주고, 돈 없는 개털들은 땀이 흘러 옷에 물감이 몸에 배어들도록 놔두는 것이었다.

보안과장은 큰소리만 쳤지 이소선을 묶지는 못했다. 뒤가 구리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는 없고, 빈 껍질 같은 권위를 유지하려고 공연히 큰소리만 쳤다.

"간수한테 죄수들 옆구리 찌르라고 열쇠를 주는 거야? 누가 시켰어? 소장이 시켰어, 보안과장이 시켰어?"

"조용히 해요!"

보안과장은 그저 조용히 하라는 말만 했다. 이소선은 내친 김에 마구 퍼부어 댔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목욕을 몇 번씩 시키고, 어떤 사람은 목욕시키지 말라는 규정이 있으면 내놔 봐!"

이소선이 계속 난리를 치니까 저희끼리 회의를 했다. 이소선의 손에 채운 수갑을 풀어 주더니 세수까지 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갈 수 없어! 저 어린 간수년이 나한테 '죄수 주제에 어떻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해명을 들어야겠어. 또 열쇠로 나를 쿡쿡 찔렀는데 누가 시켰는지 알아야 되겠어!"

전세가 역전됐다. 분해서 씩씩거리며 이소선을 쳐다보던 그 교도관의 얼굴빛이 달라지며 당황해했다. 보안과장을 비롯해 금테를 두른 간부들이 어린 교도관한테 사과를 하라고 넌지시 일렀다.

"77번도 나 같은 딸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잘 몰라서 그랬으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나이 어린 교도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소선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얘기해 주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민종덕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계속 이어짐>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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