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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침묵을 강요하는 나라
강영구 변호사
(전교조 상근변호사)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전국 240여명의 선생님들이 연말연시에 다녀온 곳이 있다. 바로 지역의 경찰서다.

“30분 만에 조사 마치고 나왔습니다.”

“진술 거부하고 왔습니다. 화가 나서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무슨 일일까. 그분들은 모두 지난해 4월16일이 너무나 원통하고 억울한 수많은 교사들 중 한 명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의 나라에서 그렇게 황망하게 눈앞에서 제자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 정부의 수장에게 우리 공동체의 의미를 묻고 싶었던 교사들이다. 그래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던 선생님들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둔 5월13일 43명의 교사들은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의 퇴진운동에 나서는 교사선언"을 올렸다. 며칠 뒤 전교조는 교사 1만5천853명의 연명으로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2014년 6월12일 161명의 교사들이 신문에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이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실었다. 2014년 7월2일 전교조는 교사 1만2천244명의 연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참교육 25년, 전교조를 지키겠습니다”라는 2차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이 슬픔과 분노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교육부는 세월호 추모집회에 교사가 참석하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을 시행했다. 교육부는 이어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신문에 호소문을 게재한 교사 170여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교조 주도 교사선언에 대해서는 전교조 전임자 70여명을 고발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집단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교육부의 고발이 있자 2014년 7월15일 검찰은 전교조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2014년 9월3일 급기야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현직 교사 1명과 전교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영장청구 사유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4년 9월16일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공동수업이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교사들의 1인 시위, 중식단식을 금지하는 공문을 시행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가치 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특히 교육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달기에 대해서조차 “교육활동과 무관하고 정치적 활동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교사를 패륜아로 만들 셈이냐’는 비난이 일자, 추모 리본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전체주의와 달리 정부의 무오류를 믿지 않는다. 정부는 개인이나 일반대중과 마찬가지로 또는 그 이상으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오류를 범한 경우 그 영향은 대단히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비판을 수용함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폭넓게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정부에 대한 비판 금지가 아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보다 특정 정당이 교육을 선전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교육 역시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로 복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육에서는 정부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 금지된다. 수백 명의 제자를 잃고도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애도의 노란 리본조차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교육은 대통령이 지지하는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로 복무하길 강요당하고 있다. 가장 폭넓은 비판과 토론이 허용돼야 하는 학교에서 여전히 정부가 정한 생각만이 정답이라며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이 강요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가만히 있으라’는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것인가. 2014년 4월16일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었던 그 수백 명의 어린 생명에게 우리 사회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영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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