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첫 직선 집행부가 1일 출범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우리 노동운동 역사에서 총연맹 직선제는 처음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영주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부에 맞선 즉각적인 총파업 돌입”이 선거운동 기간 한상균 위원장의 캐치프레이즈였다. 한 위원장은 2009년 쌍용자동차지부장으로 77일의 옥쇄파업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 그 덕에 ‘투사형’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동시에 ‘유연한 협상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최근 정부가 해고규제 완화나 비정규직 확대를 노리는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노사정위 논의 안건으로 제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당연히 나온다. 각계의 바람을 들었다.


투쟁 성사 위해 ‘구실’ 아닌 ‘방법’ 찾는 지도부 되길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바람들이 모여 한상균 위원장이 당선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조합원들의 투쟁 결의를 모으는 지도부가 되기를 바란다. 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 '구실'이 아닌 '방법'을 찾는 지도부가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제는 기존 민주노총의 역할이나 위상을 뛰어넘는 투쟁이 필요하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주노총이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가운데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선명한 투쟁목표가 제시돼야 한다고 본다. 두루뭉술하게 간접고용 문제라고 하면, 어떤 대상을 말하는 것인지 그 속에 어떤 문제가 내포돼 있는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간접고용 문제의 핵심은 불법파견이 양산되도록 조장하는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있다.

노동계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진짜 사장 찾기’ 운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인 파견법 철폐에 투쟁력을 집중해야 한다.

본격적인 노동자-시민연대의 시대로 가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평화란 일하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 것.” ‘기차길옆작은학교’의 한 학생이 쌍용자동차 굴뚝 농성 해고노동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부당한 해고로 인해 거리로, 하늘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아주 뛰어난 표현인 것 같다.

끈질기게 전개되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이 고용안정과 일자리 문제의 엄중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고노동자들의 안전한 복귀와 정든 일터로의 복귀를 염원하는 모금과 함께 1인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채용 갑질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얼마나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뜨거웠던지, 쫓겨날 뻔했던 청년노동자 11인이 모두 복직됐고, 고용노동부가 1월12일부터 위메프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작하기도 했다.

고용불안과 일자리 부족, 열악하고 비인격적인 처우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우리 국민들이, 또 재벌·대기업뿐만 아니라 사용자 전반에 만연한 ‘갑질’에 분노한 우리 국민들이 지금 자연스럽게 범국민적 연대를 통해 이 반인간의 시대에, 반 노동의 풍토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근본이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더욱 굳건히 연대하고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본격적인 노동자-시민의 연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노동자와 시민은 본질적으로 하나다.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의 건투를 빈다.

함께 협상하고 함께 싸우는 게 노동자를 위한 길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당선했다. 국회의원도 작은 선거구는 수천명의 지지를 받아 당선하는데 37만4천명이 투표해 18만2천명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운동을 강화해 노동현실을 개혁해 달라는 조합원의 뜻이 반영된 선거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노동현실을 개혁해 달라는 뜻을 한몸에 받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민주노총을 도와 함께 싸워 줄 우군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언론조차 노동현실을 외면한다. 단결과 연대는 노동운동의 기본 정신이다. 양대 노총은 노동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함께 싸웠다. 96~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이 그랬고, 2006~2007년 비정규직 관련법 투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투쟁을 함께했고,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비정규직·노동시간·임금과 같은 굵직한 노동현안을 두고 노사정 협상을 벌인다. 현재도 노동현실은 척박한데, 정부와 재계의 일부 주장이 진실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함께 싸워야 할 때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노동을 갈라놓고 힘을 약하게 하는, 소위 분할지배전략은 저들의 전략이었지 노동의 전략이 아니었음을 되새겨야 한다.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더 큰 연대로 나아갈 수 있다. 양대 노총이 함께 협상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 그것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길임을 한상균 위원장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노사정 대화 참여해 대화·협력으로 문제 풀어야 

남용우
경총 노사대책본부장

한상균 위원장이 지난 선거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고 바로 투쟁을 해야겠다고 하면서 상반기에 비정규직 대책 투쟁, 하반기에는 임단협을 통한 총파업 투쟁을 얘기했는데 노사관계 현실에 대한 인식을 냉정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노사관계 상황에 대해 후진적으로 평가하는 게 사실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하다고 하는 게 노사협력이다. 현안문제도 있긴 하지만 지금이 과연 투쟁을 할 때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 오히려 중앙에 있는 노사정 대화 채널에 참여해서 노동계의 이해나 입장을 대변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투쟁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의 한 주체로서 노동현안을 푸는 데 같이 머리를 맞대 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대립적이던 노사관계가 90년대 말부터 양극화하고 있다. 주요 업종의 노사관계는 일정 정도 안정화 단계다. 노사관계 불안 영역은 완성차 업계와 대기업의 협력업체나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 분야다.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협력적 방안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노동현안 고민할 파트너로서 리더십 보여 달라 

김경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장

우리 경제와 노사관계에 매우 중요한 때에 새 집행부가 출범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노·사·정이 함께 산적한 노동현안을 풀어 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전체의 고용과 성장문제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생존도 수시로 문제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현재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동시장 격차 해소와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일자리 창출 문제는 파업과 투쟁보다는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동시에 노사정이 힘을 합칠 때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과제다.

새 집행부는 정부와의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노동계의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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