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아산사내하청지회·전주비정규직지회가 회사측과 합의한 ‘현대차 원·하청 노사 특별교섭 합의’(8·18 합의)가 조직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8·18 합의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신규채용 확대와 일부 근속인정을 뼈대로 하고 있다. 2010년 전개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현대차 울산공장 CTS공정 점거파업 이후 간헐적으로 진행돼 온 현대차 특별교섭은 8·18 합의를 계기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비정규직지회 중 한 곳인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특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며 합의 과정에 불참했다.

그런데 8·18 합의가 도출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18일과 19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직·간접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근로자는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특히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2005년 7월1일 이전 입사자들에 대해 “이미 현대차의 정규직 신분”이라고 판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 내부에서 8·18 합의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24일 열린 금속노조 3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8·18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이 제출돼 대의원 402명 중 22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런데 이달 13일 발행된 금속노조 기관지 <금속노동자> 257호에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명의의 ‘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이 게재되면서 8·18 합의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8·18 합의 주체들이 합의안 체결에 이른 과정은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러자 8·18 합의에 불참했던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이 서울 정동 금속노조 건물 1층 로비에서 항의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을 뒤집겠다는 것이냐”며 노조의 사과와 해당 기관지 수거를 요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규석(47·사진) 위원장을 15일 오전 금속노조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노조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 기관지에 실린 위원장 명의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기관지에 실린 글은 8·18 합의를 폐기하기로 한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을 번복하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검토를 했다. 대의원들이 결의한 사항을 어떻게 중앙집행위원들이 번복할 수 있나. 다만 중집회의에서 대의원대회 결의내용을 검토하던 중 8·18 합의 주체들이 노조의 규약이나 규정을 위반하면서 과도하게 합의를 추진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관지에 글을 실은 것이다.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진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

-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위원장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놓고 조직 내 이견이 있는 것 같다.

“노조 규약 66조3항은 ‘금속노조는 기업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는 교섭관행이라는 것도 있다. 200여개에 달하는 지회교섭에 금속노조 임원이 모두 참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금속노조 위원장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8·18 합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8·18 합의를 교섭권에 대한 규정 위반으로 본다면, 그동안 노조 임원 없이 진행된 수많은 지회교섭이 징계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집에서는 이 점을 확인하고, 추후 규약과 규정의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관지에 게재된 글 역시 이런 내용을 담은 것이지,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을 뒤집는 내용이 아니다.”

- 8·18 합의 당시 불참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7월 현대차 비정규직 3개 지회가 대의원대회를 열어 특별교섭과 관련해 개별 지회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아산·전주지회는 교섭에 참여하고 울산지회는 불참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교섭 당사자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다면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였다.”

-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이 금속노조 건물 1층에서 농성 중이다. 노조의 사과와 기관지 수거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 14일 울산지회 간부들과 간담회를 했다.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기 바란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뒤 새롭게 조성된 정세에 맞춰 투쟁을 배치하고 전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하루 속히 교섭 절차를 둘러싼 조직 내부의 논란이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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