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장의 근로시간과 근무조건을 분석해 기업여건에 적합한 근로형태를 찾는 ‘장시간근로개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재단 의뢰로 컨설팅을 받은 사업장을 취재했다. 취재 결과 노사 간 소통과 협력으로 장시간근로 개선을 추진한 기업은 노사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우수기업 두 곳의 사례를 본지에 소개한다.


① 삶의 행복 찾아 운전대 돌린 영일기업
② 월 2시간 연장근로 단축한 한국지역난방기술㈜

 

▲ 한국지역난방기술㈜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민간 에너지사업자로부터 사업을 수주받는 설계기술 서비스 업체다.
▲ 한국지역난방기술의 기술직 직원들은 팀별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회의가 잦은 편이다.
▲ 에너지 설비를 설계하는 모습.


한국지역난방기술㈜은 장시간 근로로 인해 2010년에는 노조가 파업을 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연장근로를 많게는 월 75시간 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2014년, 한국지역난방기술은 장시간근로개선 우수사업 장으로 거듭났다. 비결은 직원의 인식 개선, ‘골고루 일하기’에 있었다.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숙련도가 높은 특정 직원에게 몰렸던 업무를 미숙련 인력에게 믿고 맡겼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19.91시간이었던 직원 1인당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7.75시간으로 2.16시간 단축됐다.

“한때는 참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업무량이 폭증하면서 연장근로를 월평균 75시간 넘게 하는 직원도 생겼죠. 이러한 문제가 분란이 되면서 2012년에는 노조가 파업을 할 정도로 노사분규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를 파악하기 시작했죠.”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기술㈜에서 만난 은현기 한국지역난방기술 경영지원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말 보따리를 풀어놨다.

지역난방기술은 한때 근로시간 문제 등으로 노사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받고 노사가 함께 해법을 모색한 후에는 장시간근로개선 우수사업장이 됐다. 전체 직원의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이 예전에 비해 2시간 가량 줄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성과도 있었기에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것이다.

장시간근로개선으로 노사 간 화합 분위기가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회사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래저래 직장 분위기가 꽤나 좋아졌다.

시기별·개인별 연장근로시간 격차 커 

 

지역난방기술은 지역 중심의 열병합발전·석탄화력발전·열배관망·온수보일러 같은 다양한 에너지 설비를 설계하거나 타당성을 검증하는 업체다. 전체 임직원은 229명이다.

2013년 5월, 노사발전재단의 지원 속에서 지역난방기술에 대한 장시간근로개선 컨설팅이 시작됐다. 은현기 지역난방기술 경영지원팀장은 “2010년 노사분규를 겪은 후 장시간근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며 “노사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사발전재단의 문을 두드렸다”고 설명했다.

노사분규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장시간 근로는 심각했다. 노사발전재단이 지역난방기술 현황자료와 임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 중에는 월 75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이 허용한 월 48시간(주 12시간씩)을 초과하는 수치였다.<표1 참조>

경영기획실 같은 관리직보다는 에너지 설비를 설계하고 타당성을 검증하는 기술직에서 장시간 근로가 만연했다. 직군별 편차도 컸지만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직원에게 일이 많이 몰리는 현상이 심각했다. 예컨대 2012년 기준 지역난방기술 관리직의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은 최장 20.08시간(4월)에서 최저 2.54시간(9월)으로 시기별 편차가 컸다. 기술직 역시 최대 26.63시간(6월)에서 최소 12.13시간(8월)으로 연장근로시간이 매월 달랐다. 관리직이 다소 적고, 기술직이 다소 높았다.<표2 참조>

기술직 중에서도 열병합 1팀의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다. 229명의 임직원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14명의 직원을 뽑았더니, 열병합 1팀 소속이 4명이나 됐다. 열병합 2팀과 열병합설계실, 석탄발전TF 기계팀 등도 근로시간이 긴 팀에 속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지역난방기술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민간 에너지사업자로부터 사업을 수주받는 설계기술 서비스 업체다. 사업발주가 많은 시기와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업무가 집중된다. 그 시기가 매년 2월부터 6월까지다. 담당 컨설턴트는 “연간 지속적으로 연장근로가 발생했지만 특히 용역수주가 증가하는 2월에서 6월 사이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연장근로시간이 크게 증가했다”며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근기법상 한도를 초과해 법적 안정성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했다”고 진단했다.
 

 
 


숙련 직원, 귀한 인재일수록 장시간 근로 시달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연장근로가 회사의 중축인 고숙련 인력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계영 경영지원팀 과장은 “집단에너지 설계·타당성 검증사업은 제조업은 물론 다른 어떤 산업보다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맨파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수주하려면 발주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또 숙련도에 따라 사업수행의 정밀도와 추진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김 과장은 “사업을 수주받아 수행할 때마다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데, 팀마다 숙련인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회사의 주요 인력들은 3~5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계기술 서비스업체는 발주자가 정한 일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사업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연장근로를 할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로 사업이 진행되기 일쑤다. 컨설팅을 진행한 컨설턴트와 지역난방기술 노사는 최소한 근기법을 위반하는 상황은 벗어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게다가 장시간 근로는 직원들의 피로를 누적시켜 직장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문제점을 낳았다.

실제 2012년 5월 담당 컨설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 근로형태에 대해 직원 47%는 "보통", 13%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개인적인 시간 부족(44%)과 장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도 누적(25%)이 꼽혔다.<그래프1 참조>

직원의 30%는 일과 삶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근로시간 과다(48%)가 가장 많이 꼽았다.<그래프2 참조>

경영진 “근로시간단축 무엇보다 중요”

장시간근로개선 컨설팅 당시 경영진은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영진은 2013년 7월 컨설턴트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장시간 근로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고 일·가정 양립이 전제돼야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인건비가 다소 증가하더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영진은 “동종업체에 비해 직원들이 절대적인 장시간 근로에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인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역난방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여기서 홍권표(56) 지역난방기술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홍 대표이사는 “(숙련 일꾼인) 특정 직원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직원이 떠나면 어떻게 조직을 유지하고 사업을 이어 나갈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며 “영웅이 필요하지 않도록 회사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숙련 직원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면 비숙련 직원을 믿고 이들에게 보다 많은 일을 맡기는 게 중요했다.

반면 숙련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 회사 내에서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박동민 지역난방기술노조 위원장은 “늦게까지 일해야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승진도 한다는 오랜 업무관행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러한 업무관행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연장수당 줄이고 대체휴가 늘리고

지역난방기술 노사는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받은 직후부터 논의를 벌여 시간외근무 운영방법 개선안과 같은 장시간근로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노사는 우선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월평균 48시간을 기준으로 근기법을 위반한 초과근로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대체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한 번에 연장근로를 확 줄이기는 어려웠다. 대신 연장근로를 임금인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에 쐐기를 박고, 많이 일하면 많이 쉬게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이와 동시에 매주 수요일을 시간외근무가 없는 ‘FUN-FUN DAY’로 정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면 모든 직원은 반드시 퇴근해야 했다. 회사는 가정과 함께하기를 권했다. 또 직원들이 건전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 내 문화교실을 만들고 적극 지원했다. 통기타·수지침·디지털사진과 같은 모임이 만들어졌다.

홍 대표이사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매월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한 직원 2명을 선정하고 이들과 함께 1박2일의 힐링캠프 여행을 떠났다.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스포츠 활동을 벌이면서 장시간 근로에 지친 직원을 위로했다. 또 장시간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고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무척 어색해했다. 그러나 매월 행사가 반복되면서 직원들 역시 장시간 근로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홍 대표이사는 “힐링캠프는 장시간 일하는 직원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한편 휴가를 떠난 직원 대신 나머지 인력이 업무를 수행해 보라는 뜻도 담고 있다”며 “특정 직원에게 일이 몰리는 업무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같은 사람이 매월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기법 위반 초과근로 허용 안 해

2014년 1월부터는 월 48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를 아예 금지했다. 연장근로를 하려면 사전에 상급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48시간을 초과했을 경우 이를 허락하지 않는 방법을 썼다. 제도 정착이 쉽지만은 않았다. 박동민 노조 위원장은 “일부 직원의 경우 ‘회사에서 연장근로수당만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나 ‘일은 줄지 않는데, 시간만 통제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며 “연장근로 48시간 초과금지 정책이 10개월 이상 시행되면서 이제는 자기 근무시간을 자기 스스로 통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영수 경영기획실장 역시 “장시간 근로가 만연했을 때는 연장근로시간에 따라 누구는 수당을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등 구성원 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문제도 있었다”며 “그러나 월 48시간으로 연장근로를 제한한 후에는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역난방기술은 전체 직원의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을 2시간 가량 줄이는 성과를 냈다. 229명의 직원에게 월 458시간이 돌아간 셈이다.

컨설팅을 위한 현황진단을 했던 2013년 7월을 기준으로, 그 이전(2012년 2분기에 2013년 2분기까지)에는 직원 1인당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9.91시간에 달했다. 그러나 그 이후(2013년 3분기에서 2014년 3분기까지)에는 1인당 월 17.75시간으로 2.16시간 단축됐다. 근기법 위반 사례도 사라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가 믿고 일을 나누며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장근로가 제한되니 직원들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일을 맡지 않으려 했다. 관리자급인 PM(프로젝트 매니저) 및 팀장들도 팀원 모두가 고르게 일하도록 업무를 배분하는 데 신경을 썼다.

김영수 실장은 “발주업체 납기일에 맞춰 일을 끝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특정 시기에 일이 몰려, 연장근로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비숙련 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숙련직원은 예전보다 덜 일하도록 배려하면서 조직 문화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기술㈜은?

집단에너지 기술 선진화를 위해 1991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핀란드 국제 에너지컨설팅 회사인 POYRY FINLAND Oy(뽀리 핀란드)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열병합발전과 지역냉난방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인간을 위한 해피에너지, 환경과 에너지가 조화된 그린에너지, 미래형 청정에너지인 드림에너지 시설을 설계한다. 우리나라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끄는 동력을 만드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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