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우리나라 베이비부머(1955~65년생)가 7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서울시 거주 베이비부머는 147만명이고요. 거대 인구집단이 은퇴단계에 이른 겁니다. 이들이 은퇴 뒤 어떻게 인생이모작을 할 것인가 준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서울시는 2013년 2월 서울 은평구에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에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인생설계와 재취업을 돕기 위해서다. 입주건물 5개층(연면적 1천53제곱미터)에 교육실·창업지원실·구직상담실을 두고 있다. 서울시는 (사)고령사회고용진흥원에 3년간 업무를 위탁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전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김정태(60·사진)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경총 상무와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센터장·기획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하반기 3천명 방문, 300명 재취업 성공

“지난해 7월 개관해 6개월간 3천명의 베이비부머가 찾아왔어요. 이 중 10%인 300명이 재취업에 성공했고요. 애초 연간 4천900명을 예상했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죠.”

센터는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다. 종로·중구·용산·성동구 등 주변 접근성이 뛰어나다.

“은퇴 뒤 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고요. 사회공헌과 여가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계형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센터로 오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은퇴하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무·기술·서비스직 출신이 많죠. 공무원이나 자영업자도 있고요.”

센터는 인생설계 교육과정·재취업사업 프로그램 등 5대 분야 24개 과정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재취업사업은 △재취업 준비교육 △직업설계 아카데미 △법률상식 및 노무교육으로 나뉜다. 김정태 센터장은 “재취업 준비교육은 재취업 정보제공과 눈높이 맞추기 위주로 실시한다”며 “센터의 회원기업 290곳과 취업매칭을 한다”고 말했다. 센터를 찾는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수요가 높은 만큼 올해는 회원기업을 500곳으로 늘리고 고용노동부 취업지원 사업도 수탁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업설계 아카데미는 정리정돈 코디네이터·리서치회사 조사원·경비지도사·치매관리사·주택금융공사 컨설턴트 등 새로운 직무를 개발해 사회공헌과 취업까지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교육을 받은 뒤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재취업교육이 쉽지는 않아요. 은퇴 전에는 상당한 연봉을 받던 이들인데 재취업시 월 130만~140만원 일자리도 쉽지 않으니까요.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를 무조건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조직 내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합니다.”

“부처별로 흩어진 고령자 지원사업 총괄조정 필요”

김 센터장은 베이비부머나 시니어 등 고령자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사업 간 총괄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만 해도 2020년까지 20개 자치구에 인생이모작센터를 두고, 5개 자치구(권역별)에 '50+캠퍼스'를 둘 계획이다. 정부부처별로도 노동부·보건복지부·여성부·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실시·운영하는 고령자 교육이나 기관이 제각각이다.

“각 고령자 지원기관과 사업 간 연계가 안 되고 중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취업박람회는 공동주최하고 재취업교육은 역할분담하면 효율적이잖아요. 고령자 지원사업이 많아도 정작 이용자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총괄조정기구가 있으면 포털도 하나로 관리하고 사업도 중복되지 않을 수 있지요.”

서울시가 추진하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모델이라고 한다. 김 센터장은 “베이비부머가 한 해 60만~70만명이 쏟아지는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재취업사업을 강화해 베이비부머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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