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플랜트건설 노동자의 투쟁은 과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별 보고 일을 시작해 별 보고 끝내는 노가다(막일) 현장이 그냥 바뀌었겠습니까. 노가다꾼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그렇게 쌓인 울분으로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이종화(53·사진)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1993년 울산미포국가공업단지(현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서 제관공으로 처음 일했다. 강철관을 잘라 적재적소에 설치하는 일이 그가 맡은 업무였다. 동틀 무렵 시작해 해가 지고 나서야 일이 끝났다.

당시 건설현장에는 변변한 식당도 없어 바닥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강골이 됐다. 2004년 노조의 전신인 울산건설플랜트노조에서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제관공이 조직국장과 지부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이 되는 동안 건설현장도 바뀌었다.

평균 10시간이 넘던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줄었다. 산업재해를 숨기던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노조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아직도 플랜트건설 현장은 노사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노조 간 다툼이 잦고 원·하청 구조 탓에 노사관계도 복잡하다. <매일노동뉴스>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산업연맹 사무실에서 이종화 위원장을 만나 현안을 들었다.

- 플랜트건설노조가 설립된 지 11년 됐다.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노조탄압 방식이 바뀌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일을 안 주면 성수기 때 인력이 부족해 일을 할 수가 없다. 회사는 민주노총보다 한국노총, 지금은 없어진 국민노총을 선호한다. 현장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인력이 없는 시기를 이용해 특정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정한다. 그러면 다른 현장과 비교해 수준이 낮은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생긴다. 노조는 교섭권도 없이 투쟁해야 한다. 노사 모두 손해다. 2012년 충북지역의 한 현장에서는 단협이 만료되기도 전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 문제가 됐다. 복수노조 제도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악용하는 사람이 있어 문제다. 근무지와 하는 일이 똑같은데 사용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교섭을 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노조는 일년 내내 사용자를 찾아다니며 교섭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 플랜트건설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원인이 무엇인가.

“회사는 여전히 안전을 비용으로 여긴다. 2004년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화학공장에서 수소저압 탱크가 폭발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50미터를 날아갔다.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끔찍한 사고였다. 2013년 3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도 비슷했다. 하청업체는 일단 사고가 안 난다는 가정하에 안전비용을 아끼려고 한다.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려고 서두르고, 안전기구도 설치하지 않는다. 안전비용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사고 뒤처리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국가산업단지의 노후설비는 안전한가.

“설비는 망가져야 교체하는 게 아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바꿔야 한다. 노후화한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인 울산석유화학단지는 매설된 배관 2개 중 1개가 24년이 지난 것이다. 정유공장은 배관 하나만 멈추면 공정 자체를 멈춰야 한다. 우리 몸에서 피가 도는 것이랑 비슷한 원리다. 그럼에도 회사는 사고가 나지 않으면 배관을 교체하지 않는다. 배관이 부식해 기름과 가스가 새면 화재가 나거나 폭발한다. 시한폭탄을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노후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한다고 하는데, 첫째도 둘째도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요즘 노정관계가 들썩이고 있는데.

“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 차원에서 올해는 갈등이 격화되는 해로 보고 있다. 정부가 노동계를 무시하면 회사가 노조와 대화하지 않고 강경하게 나온다. 투쟁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힘은 단결과 투쟁에서 나온다.”

- 지난해 10월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조직확대에 주력할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증설하고 있다. 미조직 플랜트건설 현장이다. 노조가 투쟁으로 따낸 단체협약과 근로조건을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조직화할 생각이다.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투쟁도 준비 중이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플랜트건설노조가 플랜트 업종에서 산별교섭 형태의 공동교섭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쌓아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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