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7시 서울 신촌의 N영어학원. 이른 시간이지만 대학생들로 붐볐다. 대학생 대여섯명이 학습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비디오로 지난 수업 녹화테이프를 보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영어와 컴퓨터를 잘하면 취업에 ‘힘’이 되지만 못하면 ‘짐’이 되잖아요. ”

외국계 기업 입사를 목표로 영어청취반에 다니는 서울 Y대 인문학부 4학년 문모씨(21·여)의 취업 전략이다.

문씨는 4학년이 되면서 생활 리듬을 아침 7시 학원으로 ‘등교’해 밤 10시에 귀가하는 ‘학원족(族)’ 스타일로 바꿨다. 잠이 많지만 독한 마음으로 매일 오전 5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서울 동작구 대방동 집을 나서 70번 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향한다.

오전 7시 반부터 외국영화를 보면서 영어듣기 훈련을 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허겁지겁 오전 9시 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간다. 아침 식사는 학교에서 빵과 음료수로 대충 해결한다.

전공 과목 대신 교양 과목을 신청해 강의 부담을 덜고 강의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문씨의 ‘학점관리 노하우’.

중간고사 전에는 학교 강의가 끝나면 학교 인근 E영어학원으로 달려가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영어회화 강의를 들었다. 친구와 함께 학원 자습실에 남아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학원 수강료와 교재비용 등으로 한 학기 등록금과 엇비슷한 수준인 225만원을 들여 취업 준비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을 땄고 올해는 토플(TOEFL)과 토익(TOEIC)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려고 2월 한달 간 10만원을 내고 한 댄스학원에서 재즈댄스를 배우며 자세와 몸매 교정까지 시도했다. 올 여름방학에는 모 학원이 주관하는 사무용컴퓨터프로그램 활용능력 시험에 도전할 계획.

문씨는 “밤 10시경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지만 학원에라도 다녀야 취업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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