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국회에 환경노동위원회가 있듯이 서울시의회에도 노동 분야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시에 노동정책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낡은 것은 바꾸고 좋은 것은 지키는, 시민과 소통하는 서울시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거쳐 제9대 서울시의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김형식 시의원 사건 등 안 좋은 소식이 잇따라 불거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의회는 개혁의 길에 들어섰다. 정책보좌관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시의회 살림을 맡은 최웅식(53·사진)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최웅식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9대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광역의원(영등포1)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8대에서는 교통위원장을 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과 더불어 서울시의회는 8대에 이어 9대에서도 여대야소를 이루고 있다. 전체 106명의 광역의원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77명(72.6%)을 차지한다.

- 자신의 약력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8대 시의회 입성 전에는 당에서 활동했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민주당에 잔류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한반도전략연구소에 있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민주당 서울시당 조직실장으로 일했다.”

- 시의원에 출마한 이유는.

“영등포에서 태어나 53년간 살고 있다. 과거에는 돈이 많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나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방정치를 모르면 중앙정치도 모른다. 초·중·고와 대학이 있듯이 말이다.”

의회개혁특위 가동, 정책보좌관제 추진

- 9대 시의회 전반기 운영위원장을 맡았는데.


“운영위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시의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하고 서울시의회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개혁하고 싶었다. 막상 맡아 보니 운영위 업무가 광범위한 것 같다. 운영위원이란 배로 따지면 조타수 역할을 한다.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서울시의회의 정책 방향이 바뀐다.”

서울시의회에는 10개의 상임위가 있다. 운영위는 회기 때마다 의사일정을 협의하고 시장비서실·정무부시장실 행정감사를 한다. 예·결산도 처리한다. 무려 3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다루는 곳이 바로 운영위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25조5천184억원,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7조6천901억원이다.

- 서울시의회가 지난해부터 의회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특위 구성결의안을 발의한 이유는.

“서울시의회는 9대까지 오면서 많은 일을 했다. 8대에는 무상급식 논쟁으로 오세훈 전 시장이 물러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9대에 들어와서 빛이 바랬다. 지난해 김형식 시의원 사건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들이 있었다. 시의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부터 바뀌지 않고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회개혁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특위 위원 20명이 3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했다. 지난달 20건 이상의 조례 제·개정안을 발의했다. 특위 슬로건은 ‘바꾸고 지키고 뛰겠습니다’로 정했다. 낡은 것은 바꾸고 좋은 것은 지키겠다는 뜻이다.”

- 대표적인 개혁과제를 소개한다면.

“서울시 고위직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판공비를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제도를 바꿀 생각이다. 더불어 시의원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 실제 시의원들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시민들이 시의원들을 많이 어려워했다. 대민접촉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권위주의적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시의원들이 먼저 시민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고 있다.”

-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의회는 1년에 34조원의 예산을 다룬다. 시의원들이 예산심사와 행정감사를 할 때 수십 일 밤새는 것은 기본이다. 예산안의 1%만 줄여도 3천400억원이다. 시의원 혼자서 역할을 다하기가 어렵다. 서울시는 하나의 정부나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비교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시의원별로 정책보좌관 1명을 쓴다고 치면 60억원 정도가 든다. 낭비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는데 예산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시의원들은 보좌관을 두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시·도의원이 생활정치를 하고 지역봉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타당성을 꾸준하게 홍보할 생각이다.”

지방의회 25년, 중앙과 지방 협력 중요

- 일각에서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데.


“91년 부활한 지방의회 시대가 25년째를 맞았다. 지방의회 무용론은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지방의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지자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그 예다.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 중앙에서 통제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방과 협력관계로 가야 한다.”

- 박원순 시장과 호흡을 같이하는데. 박 시장의 시정을 평가한다면.

“서민·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시장이다. 박 시장은 시민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감시와 견제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일이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보여 주기 식이라면 과감히 제재해야 하지 않겠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는데, 앞으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관련 논란을 해소할 것이다.”

- 노동계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8대 시의회에서 교통위원장을 맡았을 때 노동계와 인연이 닿았다. 투자·출연기관이나 버스·택시 노동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특히 버스·택시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랬더니 노동계에서 대화가 되는 사람으로 통하더라.”

“노동 분야 상임위 도입 논의할 것”

- 국회에는 노동 분야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에는 노동 분야 상임위가 없다. 도입할 생각이 있는가.


“필요하다고 본다. 34조원의 예산을 쓰는 서울시·서울시교육청과 그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와 시의회 의장단·상임위원장들과 논의해 보겠다. 가능하면 임기 안에 방법을 찾아보겠다.”

- 서울시의회에서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전원이 발의한 생활임금 조례 제정안이 의결됐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가는데.

“권미경·박양숙 시의원 등 노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민생실천위원회가 있다. 생활임금 조례도 민생실천위의 성과 중 하나다. 이 밖에 버스중앙차로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이나 비정규직 고용환경 개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 노동정책과를 신설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노동정책국 신설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보나.

“노동정책국으로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 시의회에 국회 환노위 같은 상임위가 있었다면 국으로도, 본부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시와 의회가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방안을 검토하고 노력하겠다. 다만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개편을 비롯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 최웅식 운영위원장이 지향하는 생활정치인의 모습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일꾼으로 봐 줬으면 한다. 정치는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고 지방의원은 일꾼이다. 평소 명함에 나의 신조를 새기고 있다. ‘함께 나누고 함께 소통하고 함께 이루어 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8대부터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방의원을 통해 주민과 시민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가까운 이웃사촌 같은 관계로 지내고 싶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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