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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국선노무사 제도 도입해야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적용사업장 197만7천57곳에 종사하는 노동자 1천544만9천228명 중에서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재해자가 9만1천824명(사망 1천929명, 부상 8만2천803명, 업무상질병 이환자 6천788명) 발생했다. 그러나 노동부조차 이것이 우리나라 산재 현황이라고 단언하지 못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승인된 사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공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나 산재를 신청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등 노동현장의 현실이 반영돼 있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공장 소속이거나 임금수준이 높고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 정도만 산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이에 반해 소규모 회사이거나 임금수준이 낮고,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나 비정규 노동자들은 산재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공장 또는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은 재해처리 경험이 있어 초기 대응에 유리하지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단순 사고성 재해에 대해서도 어떻게 산재를 신청하는지조차 몰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업무상질병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대규모 공장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승인율이 높다.

결국 산업재해 분야에서도 비정규·영세 사업장,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이 상대적인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산재가 영구적 장해와 빈곤, 사업장 고용문제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산재로 인한 차별과 불이익은 단순한 경제적 손실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공익적 차원에서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법률적 조력이 필요하다.

특히 '질병' 분야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가 불충분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공단 재활보상부가 업무량 대비 인력이 부족한 데다, 상시적으로 민원인을 상대하는 탓에 꺼리는 부서가 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산재 분야에서 전문적 조력이 있다면 공단의 업무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게다가 산재 분야에는 무자격자들이나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의한 무분별한 시장 교란으로 피해를 당하는 이들은 결국 산재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이다. 더 이상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엄격한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별도로 국가가 공익적 차원에서 법률조력을 한다면 무자격자와 브로커에 의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산재 노동자들이 법률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체당금 관련 고용노동청 업무와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차별시정에 관한 노동위원회 업무에서 국선노무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두 분야에서 접하는 이들은 비정규·영세·무노조 소속 사업장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국선노무사 제도를 산재 분야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업무상사고는 재해사실에 대한 입증만 하면 산재 승인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실무부서인 재활보상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자살은 일반 사고성재해와는 달리 상당 기간의 조사와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뇌심혈관계 질환·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및 질병, 정신질환 등 4대 업무상질병은 전문적 조력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업무상질병과 사고성재해 중 자살에 대해서는 국선노무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5가지 분야는 산재 분야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조사와 증거 수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정 기간 산재 분야에 대한 실무연수를 마친 노무사를 대상으로 하되, 노동위원회 업무와는 다른 차이점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도의 취지가 영세사업장·비정규·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산재 조력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체당금 분야와 마찬가지로 ‘신청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2015년 ‘산재 부정수급자’가 아니라 ‘산재신청 국선노무사 제도’를 노동부가 홍보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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