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과 전문가들이 올해 가장 주목할 인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선택했다. 한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전문가를 상대로 지난달 16~23일 진행한 ‘2015년 주목할 인물’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한 105명 중 64명이 ‘새 민주노총 위원장’을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인물로 꼽았다.

민주노총 사상 첫 직선제 위원장인 데다 이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주목도가 높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지만 60%를 넘는 득표율은 의외였다. 최근 2년간 민주노총 위원장들이 받은 표를 생각하면 확실히 남달랐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같은 조사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선택한 사람은 100명 중 각각 24명과 38명에 불과했다. 두 번 모두 2위였다. 그만큼 새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예년과 다르다는 얘기다.

반면 최근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4위에 오른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예년에 순위권에 없던 정부 인사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본지 설문조사에서‘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위를 기록했다.

수세 몰린 노동계 대응 방식에 관심

한상균 위원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총연맹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몇 차례 부침 끝에 치러진 직선제 자체가 지난해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민주노총 사상 첫 임원직선제’는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최대 노동이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당선됐으니 대표성과 지도력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출신인 한상균 위원장은 선거 기간 투쟁성을 강조했다. 선거에는 총 4명의 후보조가 출마했다. 쟁점은 정부에 대항하는 총파업을 “즉시 할 것이냐”, “준비기간을 거친 뒤 할 것이냐”로 나뉘었다. 한 위원장은 “즉시 총파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과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시절 자신이 이끌었던 77일간의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과 고공농성 등의 이력을 근거로 정부에 대항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펼쳐지고 있는 노정관계 지형도도 짚어 볼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부터 2년 연속 ‘주목할 인물’ 1위에 꼽혔다. 사실상 노정관계 주도권을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을 조사에 참여했던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예고했다.

그러니 한 위원장이 1위에 오른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흐름을 막을, 즉 노정관계 변수로 그가 지목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당선 기자회견에서 그는 구조개혁 우선 과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견해차를 없애기 위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들러리’가 아닌 의사결정의 주체로서의 참여가 전제였다. 총파업과 사회적 대화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한 위원장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의 등장이 심상치 않은 이유

박근혜 대통령은 2위를 차지했다. 노사정과 전문가 34명이 박 대통령을 주목할 인물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노동정책과 관련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노동정책 방향이 기업 친화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탰다. 노골적인 반노동 정서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증 반려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도노조 파업 강경대응 △최초의 민주노총 침탈 사건 등 노동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들이 모두 취임 1년차에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그림을 그려 놓고 망설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돌진했다.

지난해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유를 대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라는 이름을 달아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노골화했다. 그리고는 당선 2년을 즈음해서 노동시장 개입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단언했다.

‘벽’이 담고 있는 의미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후해 최경환 부총리의 바람잡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구체적 설명으로 드러났다. 최경환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 "정규직 보호가 과하다"는 이른바 ‘중규직’ 발언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겨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노동부는 지난달 29일 35세 이상 기간제·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을 4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놓았다.

최경환 부총리와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각각 4위(29표)와 5위(23표)를 기록했다. 경제관련 부처 수장에게 노사정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경제논리를 앞세운 정부가 키를 쥐고 의제를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노사정 대화 당사자에 '시선집중'

3위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차지했다. 모두 30표를 얻었다. 지난해 3년 임기의 첫 해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 갔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에 참여해 근로시간·통상임금 등 핵심 노동이슈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노총은 하반기 새누리당과 6년 만에 정책협의회을 재개하고, 국민노총과 통합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썼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 노사정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정부가 예고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 노동계를 대표하는 협상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합의문’을 도출했다.

올해 3월까지 구체적인 노동시장 개선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업무 확대, 정규직 고용유연화 등 파급력 큰 노동정책도 한꺼번에 논의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해 협상을 벌이고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계는 김동만 위원장의 역할에 사뭇 기대를 걸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6위(11표)에 오른 것도 사안의 폭발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중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해 당사자인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7위(4표)에 올랐다. 여야는 오는 5월까지 특위를 가동해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밖에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각각 3표를 얻어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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