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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

흰옷 입은 사람들이 땅을 기었다. 양팔과 두 다리며 이마를 다 낮추느라 행진은 느렸다. 거기 눈길, 흙길, 또 얼음길이었지만 북소리 어김없었다. 꾸물꾸물 나아갔다. 잠시 멈춰 쉰 곳은 어김없이 오랜 싸움터였다. 그 사연 다 듣자니 행진이 또 느렸다. 성탄절 선물 품에 안은 아이 곁을 지났고, 경적 울려 대는 고급승용차 앞을 기었다. 종북세력 척결 농성장을, 또 곳곳의 자선냄비를 지나쳤다. 서울 세종로 어느 광고탑 앞에 이르러 북소리 잠시 멈췄다. 거기 높다란 곳에 사람이 살았다. 맞절했다. 그도 잠시, 흰옷 입은 사람들은 몸 낮춰 다시 기었다. 청와대를 향했다. 빨간 조끼 입은 사람 둘은 갈 곳도 달리 없어 가만 섰다. 그 아래 동료가 도끼 들어 나무를 팼다. 불을 땠다. 떼 지어 밥을 굶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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