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대상판결/ 서울고법 2013나1551 임금 등

1. 사건 경과

① 청구 이유 : ⅰ)연장근로수당·근속수당·CCTV수당·문짝수당·상여금(항소심에서 추가)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ⅱ)실제 운행시간을 기준으로 연장수당 등을 다시 산정해 이미 지급한 수당과의 차액을 지급하라.

② 춘천지방법원 : 수당 모두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단체협약보다 약 2시간20분 더 운행한 사실을 인정.

③ 서울고등법원(춘천재판부) : 모든 수당 및 정기상여금까지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나, 연장운행 시간은 49분만 인정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약 355시간으로 늘림.

④ 대법원 상고 진행 :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며 나머지 조합원들이 제기한 사건은 1심에서 심리 중.

2.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문제는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다. 통상임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갑을오토텍 사건, 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에서도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현장의 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①이 사건은 노동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②하급심과 항소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린 판단이어서 더 큰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기상여금도 지급 조건이 붙을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아닐 수 있다”는 기존 다수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또 하나의 판결이다. 다만 12월15일 각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해석은 기다려 봐야겠지만 대법원에서도 이번 판결을 존중하리라 기대한다.

특히 최근 운수업체에서 진행된 통상임금 사건들이 포괄임금약정이 인정되거나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부분 청구가 기각되거나 인용액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3. 통상임금 사건 경과와 예상

가. 정기상여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하급심 판례 경향

꼭 1년 전 통상임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 특히 정기상여금과 관련해서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다. 하지만 소급분은 신의칙에 의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가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로 읽혔다(대부분의 언론도 이와 같이 보도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론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 이런 틈을 타 사용자는 정기상여금도 그 지급에 ‘재직자 등 추가조건이 있을 경우’에는 고정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한술 더 떠 지난 1월 사용자의 주장과 꼭 같은 행정해석을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하급심 법원에서도 부산고등법원(2014.1.8 선고 2012나7816 판결)을 시작으로 ①‘재직자와 같은 추가 조건’이 있는 경우는 물론 ②‘설사 재직자 규정이 없더라도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지 않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이 대세를 이뤘다. 이에 반해 퇴직자에게 근무일수에 비례해 일할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고정성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재직자 규정 유무보다 더 강화된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했는지 여부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판단의 표지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그 수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참고로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도 학계에서는 여타 제수당과는 달리 소정근로의 대가인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이철수·도재형·김홍령 등 다수).

나. 최근 법원의 변화된 태도

그러다가 학계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지난 10월부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1심이지만 재직자 규정이 있고 퇴직자에게 일할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선고했다(르노삼성자동차 주식회사 사건, 부산지방법원 2014.10.10 선고 2011가합27496 판결). 더 나아가 상급심에서는 재직자 규정은 없지만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노사 간에 정기상여금의 지급을 재직에 연동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노사관행이 확립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부산광역시 사상구 환경미화원 사건, 부산고등법원 2014.10.23 선고 2012나50711 판결).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 부산고등법원의 취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회사는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은 확고했다. “분명 추가조건이 없고 일할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행으로 성립된 것도 아니다”고 하면서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했다.

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하여

이른 시간에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회에서는 아예 현안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며 장관이 바뀌었지만 노동부의 생각은 여전한 것 같다. 더구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생각은 더 심각하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꾸리고 핵심 의제로 통상임금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특별위원회에서는 “소급분은 모두 포기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헌법과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황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로서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요건에 관한 명확한 추가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 요지는 핵심이론이라 할 수 있는 “임금이분설”로의 회귀를 명확히 하는 선언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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