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싸움의 서막이 올랐다. 노사정은 내년 3월까지 고용·임금·비정규직·사회보장제도에 이르기까지 노동시장의 틀을 뒤흔들 만한 주제를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

5개 의제에 세부과제가 14개나 되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임금만 보더라도 작게는 통상임금·임금피크제부터 넓게는 임금체계 변환까지 마음만 먹는다면 다루지 못할 주제가 없을 정도다.

정부는 오랫동안 준비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이미 마련했다. 중규직 같은 개별해고 요건완화 방안도 준비했을 개연성이 높다.

반면 노동계 준비는 미흡하다. 한국노총 내에서도 “노동계 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필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합의 협상 과정에서 대응팀을 구성했다. 한국노총과 산별연맹의 임원·간부들이 참여했다. 협상 과정을 공유하고 대응논리를 만들면서 협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3개월이다. 이제 대응팀이 아니라 전담팀이 필요하다. 노동진영과 진보 학계에 광범위한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측 싱크탱크 역할을 하듯이 노사정 협상장에서 한국노총을 뒷받침할 노동계 싱크탱크를 구성해야 한다. 다른 노동단체나 진보학계도 한국노총을 견제하거나 애써 외면하지 말고 힘을 보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노동계 안을 만들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내놓은 안에 반대 목소리만 높이다 협상장을 뛰쳐나오거나 정부 정책 추진에 명분만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협상을 깨기는 쉬워도 정부 정책을 막기는 쉽지 않다. 투쟁에도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닥쳐오고 있다. 한국노총이 당장 할 일은 노동계 싱크탱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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