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헌법재판소는 12월19일 재판관 8(인용) 대 1(기각)의 압도적 차이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우리는 이 결정이 헌재가 그간 보여 온 ‘사법의 정치(도구)화’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사건으로, 민중의 피땀으로 어렵사리 확보한 듯 보였던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이행 과정을 ‘헌법’의 이름으로 파괴한 반역사적 사건임을 기억해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결여된 기관인 헌재는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때만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점을 망각한 채 논리적 비약과 실체 없는 ‘종북론’에 편승해 우리 사회를 ‘국민’과 ‘비국민’, ‘반공’과 ‘종북’으로 구분·배제해 버림으로써 가장 나쁜 의미의 ‘정치’를 스스로 수행해 버렸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헌재 '나쁜  정치' 수행

복수정당제도가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 불가결하며 이를 위해 우리 헌법이 특별히 정당의 설립과 활동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과 위헌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인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장하고 소수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최소한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헌재는 정당해산 요건에 대해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숙고와 엄격한 해석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헌재는 집권세력의 ‘정윤회 게이트’ 위기로부터의 국면전환과 보수결집이라는 정치적 의도에 적극 협력해 헌정사에 가장 큰 오점이 될 반동적인 판결을 행함으로써, 소수 사법관료들에 의해 헌법재판이 나아가 사법제도가 어떻게 권력의 정당화 기제로 전락하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줬다.

헌재는 정당해산 심판을 통해 정권에게 국면전환용 선물을 조공했다.

2013년 11월5일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안을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별다른 토론 없이 통과시켰고, 해외출장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 ‘각하’는 당일 전자결재로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국가정보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권 출범 이후 1년 내내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기소와 함께 취해진 정당해산심판청구는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권에 국면전환용 선물 조공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중요사건도 3~4년 묵혀 두기 일쑤였던 헌재가, 3천815건의 서면증거와 16만7천여쪽(300쪽 책자 기준 556권 분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서면자료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청구된 지 단 1년1개월 만에, 그것도 마지막 변론(11월25일)으로부터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판결 선고를 강행했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충분한 검토와 진지한 숙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선고기일은 2일 전에야 공개되고 당사자들에게 통보됐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정치적 자유에 심대한 제약을 가져올 정당해산심판사건에서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졸속적인 재판 진행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12월19일 급작스럽게 이뤄진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또한 정권의 위기탈출용으로 시작된 정당해산심판청구의 ‘숨은 목적’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초유의 정당해산결정은 정윤회 등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권으로 향해 있던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공안몰이로 정국을 타개해 보겠다는 정권의 의지가 전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 하겠다.

정당해산결정은 ‘정치의 사법(활용)화’와 ‘사법의 정치(도구)화’가 빚어낸 반민주적 퇴행이다. 헌재의 결정은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며 해산결정은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헌재는 헌법 제8조4항의 위헌정당의 해산기준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를 지난 세기 냉전의 유산이라고 해도 좋을 ‘전투적 민주주의’(소위 방어적 민주주의) 담론으로 치환해 해석해 버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KPD) 위헌판결에서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전투적 민주주의’를 정당해산의 기준으로 삼았다. 문제는 전투적 민주주의가 기반하고 있는 가치절대주의는 무엇이 민주주의의 적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대결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경우 전투적 민주주의론은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정치적 소수세력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매우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수자를 억압하는 다수자의 횡포로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역설을 낳는다.

전투적 민주주의가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 나치당과 같은 전체주의 정당뿐만 아니라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도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 이론이 가치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 원리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다수자 횡포로 민주주의 침해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을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와 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라고 말한다. 헌재는 일찍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조항 한정합헌 결정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체적 내용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 독립 등을 제시한 바 있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56년 독일공산당 위헌판결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지만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라는 점은 우리 헌재가 독자적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공산주의와 대립하는 체제인 자본주의를 민주적 기본질서의 한 내용으로 봄으로써 전투적 민주주의 이론의 원조인 독일보다 더 완고하고 경직된 반공산주의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이 우리나라를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 사회로 인식”하면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설정하고 종국에는 ‘사회주의’로 이행하려 했다고 봤다.

헌재가 말하는 ‘사회주의’가 정치경제학적 개념으로서의 ‘공산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또 ‘북한식 사회주의’와 어떻게 같은지 결정요지만 봐서는 알 수 없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헌재의 관점에서 보면, 반(비)자본주의 체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헌재의 이해에 따르면 정당이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극복하면서 체제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활동 과정에서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약간의 동조나 비판적 수용의 태도를 띠는 것마저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여지가 크다. 전투적 민주주의가 반공산주의를 기본 동력으로 삼는 한 자본의 가치와 다른 가치관은 공동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레드 콤플렉스 확산에 부역

지금까지 수많은 공안사건에서 봐 왔듯이, 독재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던 ‘남북대치상황’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면서 양심·사상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왔다. 이번 사건이 통합진보당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는 정부의 극단적인 반공주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이러한 레드 콤플렉스를 확대시키는 데 적극 협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종북논쟁’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어 버리는 수구기득권 세력에 헌재가 동조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심지어 헌재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도입됐으며 이것이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과 ‘관습법’을 끌어들여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했던 입헌민주주의의 사법기관인 헌재가 이제는 ‘관심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조소(嘲笑)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이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보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분명하다고도 한다. 8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애국가와 태극기에 대한 견해가 국민 각자의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유일한 반대의견이 잘 밝혀 줬듯이,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정당 전체의 정견으로 부당하게 적용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세계관만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폐쇄적 사회에서는 진보적·소수적 정치세력이 추구하는 다른 가치관은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되고 매도된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가 도입된 계기를 돌이켜 보면 이번 헌재의 결정이 얼마나 퇴행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 헌법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막을 내리고 들어선 제2공화국 헌법에서였다. 58년 이승만 정권은 △남북통일총선거 실시 △노동자·농민 등 근로대중이 주체가 되어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착취 없는 복지사회 건설 △자유민주주의 폐기·지양 및 주요 산업과 대기업의 국유·국영과 생산물의 공정분배를 위한 계획 경제체제 확립 등의 강령과 주장을 펼친 진보당을 공보실에 의한 등록취소로 해체시켰다. 행정조치로 정당이 해산된 이후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은 사형에 처해졌다. 61년 5·16 쿠데타 직후 설치된 군사혁명위원회의 포고에 의해 기성정당이 해산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재판 이외의 방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정당 활동을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60년 6월 헌법에 처음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해산심판제도, 정당의 자유 보장이 본질

정당의 활동이 억압되지 않도록 하여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이 제도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또 50여년 전의 진보당의 강령과 목적이 통합진보당의 그것에 비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으로 시정하려고 했다는 점에서(2011년 대법원은 조봉암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이러한 당강령과 목적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은 역사의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반동적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헌재 결정은 헌법재판제도 자체에 대한 본질적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정치적 사법기관으로서 헌재가 소수를 보호하면서 대립된 정치세력 간의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당파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집권세력의 이해에 복무하는 한, 헌법재판은 ‘정치의 사법(활용)화’와 ‘사법의 정치(도구)화’를 심화시키며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가 될 위험성이 크다.

독재정권 이래 지금까지 국가권력·자본권력 등 기득권 세력은 이해대립과 갈등을 토론과 타협의 정치 과정에서 해소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요소를 간단히 무시하면서 중요한 사회·정치적 의제를 자주 법의 영역으로 가져가곤 했다. 자신들의 막대한 금력과 정치권력을 동원해 이미 충분히 체제순응적인 사법부를 통해 사법적 면책과 법적 정당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활용)화’가 ‘사법의 정치(도구)화’를 견인하면서 법원과 재판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통해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과 수단에 합법이라는 외관을 부여한다. 행정수도이전 위헌결정이 그러했고, 권한쟁의심판을 통한 미디어법 등에 대한 효력결정이 그러했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고 국민의 대표 선출 과정에서 매개적 기능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여론의 형성을 위해 정당의 결성과 존속 및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정당에 대한 비판과 심판은 법원이 아니라 정치적 공론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우리 사회가 현재 도달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지평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지 못할 경우 매우 적은 지지만을 얻을 것이며 공론장에서의 역할 또한 축소되거나 소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소수자의 견해라고 해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강제된 힘으로 퇴출되거나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소수의 견해가 다수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 왔고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요체다.

박근혜 정권, 민주화 정체와 퇴행 거듭
생각할 자유 탄압할 법적 근거 제공

이제 국민이 깨어나야 할 차례다.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한 정당의 해산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성격과 민주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든 합법·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충실했던 이명박 정권을 지나 친기업적이면서도 권위주의적인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 ‘87년 체제’라는 이름으로 성취했다고 믿어 온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정체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일체의 국가규제를 해소시켜 버리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굴복하지 않는 세력에 대한 정치적 배제가 결합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은 시계 제로의 상태가 돼 버렸다.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국민의 자유과 권리, 민주주의·법치주의 원리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일거에 무위로 되돌린 폭거다. 헌재가 기대고 있는 전투적 민주주의 이론이 반자본주의를 표적으로 삼을 때, 집권세력이 급진적·진보적 정치세력을 분리해 내기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직후 정해진 수순처럼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10만여명에 이르는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헌재의 결정이 나온 지난 19일 법무부는 ‘대체정당 설립금지’와 ‘통합진보당 관련 집회금지·처벌’ 등 후속조치를 내놨다. 검찰은 같은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새로운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헌재의 반대의견에서도 우려했듯이, 독일공산당 해산결정 이후 12만5천명에 이르는 관련자가 수사를 받고 그중 6천~7천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돼 쫓겨났다. 지배적 가치관에 순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국민을 분리하고 후자를 사회에서 낙인찍어 괄호 밖으로 내치는 이러한 통치전략은 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이라는 이름으로도, 70년대 한국에서 유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전개된 바 있다.

이처럼 이번 헌재의 결정은 정당해산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생각할 자유, 말할 자유, 모일 자유까지 탄압할 강력한 법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87년 민주화투쟁의 산물로 탄생한 헌재가 그 투쟁 대상이었던 권력에 부역해 도리어 투쟁 주체인 국민의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정해 버린 셈이다. 폭력적인 정치와 수구적인 사법의 이종교배를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암흑의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이 깨어나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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