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남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이유/임금노동정책연구소)

대상판결/ 서울고법 2014누44191, 2014누44207(병합) 판결

1. 사건 배경과 상황

세종시 부강면에 위치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콘티넨탈)는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노조파괴 컨설팅이 기획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고 이는 곧 현실화됐다.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는 2012년 단체교섭을 요구해 같은해 4월26일부터 6월26일까지 10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조정신청을 한 이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교섭결렬에 따른 파업은 노조의 기본적인 권리행사이자 투쟁의 방식이었으며 산별노조의 지침에 따라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지회의 의무다. 이와 같은 당시의 상황과 조건에서 자본이 노조에 대응할 방안을 기획할 수 있었던 토대가 마련됐다. 제도적으로는 개정된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사업장단위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됐고, 유성기업 등 금속노조 사업장을 휩쓸고 있던 노조파괴 컨설팅의 ‘공포’가 주변 사업장에 파급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도 자본은 개악된 노조법을 민주노조에 대한 분할과 배제 전략으로 활용했으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의 해석에 기대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기제로 삼았다. 콘티넨탈지회의 교섭 요구에 자본은 준비된 교섭을 진행하면서 기업노조 설립에 주력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미이행했다며 금속노조의 예정된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해 지회 임원 모두를 해고해 현장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수순을 밟아 나갔다. 이렇듯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현실에서 노조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작동됐다.

대상판례는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을 명확히 해석했다. 그러나 해고된 노동자와 민주노조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 대상판례 검토

가. 사건의 경위-유일노조로서 창구단일화 절차 미이행

원고인 금속노조(콘티넨탈지회)는 2012년 3월30일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같은해 4월26일부터 6월26일까지 10차에 걸쳐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자 그해 7월2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같은달 10일과 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1.2%의 찬성으로 쟁의결의를 마쳤다. 당시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노조와 회사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행을 권고하는 행정지도 결정을 했다. 이에 지회는 7월13일부터 8월6일까지 간헐적으로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2012년 7월26일 제2 노조가 설립되면서 원고 노조는 처음 단체교섭을 요구한 2012년 3월30일을 기준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응했다.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해 8월27일 제2 노조와 개별교섭을 통해 9월11일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지회 임원에게는 다음날인 9월12일 징계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지회는 노조법 제29조 제1항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유일노조인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노동부 행정해석과 충북지노위 권고사항을 구실로 징계해고를 확정했다.

나. 유일노조인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없이 교섭요구 및 쟁의행위 가능

이에 노조는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의 규정은 단일 노조가 명백한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한 교섭대표노조를 정할 필요가 없다며 쟁의행위 주체가 정당하며 나머지 정당성 요건을 갖췄기에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단일노조인 경우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며 불법파업인 이상 해고는 정당하다는 상반된 판정을 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에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노조가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 즉 유일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나아가 회사가 주장한 유일노조도 반드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다른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받은 후 단체교섭 절차로 나아가야 한다는 노동부나 노동위의 입장에 대해서도 “실제 다른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그러한 점이 명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하는 것은 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회사의 항소심에 대해서도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다. 부당노동행위 판결의 한계

한편 대상판결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해 유일노조인 경우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충북지노위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다고 단정 지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해야 하나(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법원은 제2 노조 설립과 쟁의행위 대응 등 컨설팅 계약서가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

회사는 컨설팅 계약을 콘티넨탈코리아가 수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콘티넨탈코리아는 콘티넨탈그룹의 한국법인으로 이 사건 회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콘티넨탈코리아에는 노조가 존재하지도 않고 소속 임직원이 50여명에 불과한데도 매월 6천만원에서 1억원을 들여 노사관계 컨설팅을 체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아가 컨설팅 계약 주체를 콘티넨탈코리아로 한 것은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면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에 불과했다. 이 사건 회사의 컨설팅 비용과 내용은 당시 대전·충북지역에 있는 노조파괴 사업장과 너무도 닮아 있음에도 즉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충분히 추단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회사가 노조 탄압용으로 내세웠던 충북지노위 등 행정 권력에 따른 조치라며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일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않은 한계가 명확하다.

3. 나가며

자본이 노조파괴와 와해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법’이다. 대표적인 악법이 노조법이며, 노조법상 복수노조의 허용은 이른바 사용자노조의 합법적인 설립 토대를 만들었고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합법으로 만들어 줬다. 악법이 존속하는 한 사용자는 ‘법대로’ 탄압할 수 있다. 자본은 노동위의 판정이 어떻든 법원까지 끌고 가면 된다는 것을 안다.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가 생존에 고군분투하다 제풀에 꺾이면 그만이고, 자본이 제멋대로 노조를 만들어 복종시키면 그만이다. 이렇듯 법정투쟁 과정에서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조문에 충실한 해석으로 판결한 판례가 있는데도 2012년 9월13일 해고된 노동자는 여전히 공장 밖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노동현실에서 제대로 보자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종하는 노동자를 법으로 단일화시키는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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