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H문화센터에 입사한 김모씨(30)는 이 회사가 영어교재를 파는 곳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회사측은 직원이 되려면우선 130만원짜리 교재를 구입해야 하고 3개월 수습기간중 1000만원어치를 팔아야 정규직 사원이 된다며 교재구입과 판매를 강요했다.회사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40만원짜리 건강식품도 강매했다.결국 김씨는 500만원의 신용카드 빚만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모씨(28)는 지난해 12월 정규직이라는 말을 믿고 서울 W전자회사에 입사했지만 한두 달 근무하면서 자신이 월급 60만원짜리 파견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수습 6개월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는 회사측의 말에 하루 13시간씩의 격무를 감수했다.그러나 파견직으로서의 차별대우에 5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지난달 퇴사했다.

최근 날로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을 악용해 구직자를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대부분 벤처, 캐피털,문화센터, 테크 등 그럴 듯한 이름을 달고 대졸 신입사원을 뽑은 뒤 물품을 강매하거나 자격증 취득 등의 명목으로 등록비를 받아 챙기는 수법을 쓰고 있으나 피해자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벤처라는 말에 속아 K플러스에 입사한 김모씨(28)도 웹디자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회사측의 말에 235만원의 등록비를 내고 교육을 받았지만 등록비만 챙기는 회사측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회사를 그만뒀다. 결국 김씨는 적지않은 돈만 잃고 다시 실직상태가 됐다.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까지도 정규직이라고 속이고 계약직 신입사원을 뽑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대기업인 L캐피털에 입사한 박모씨(29)는 회사측이 신용불량자에게 빚독촉 일을 맡기자 황당했다.그러나 어렵게 입사했고 수습기간만 거치면 정식직원이 된다는 희망에 평일 14시간 근무에 휴일에도 오후 6시까지 하루 200여통의 빚 독촉전화를 했다.회사측은 그러나 월 7000만원의 빚 회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박씨를 해고했다.

김모씨(27)는 지난 1월 대기업 계열의 L화재보험사 위험재정컨설턴트 모집에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그러나 회사측은계열 의류회사의 고급 정장 차림을 요구했고 영업에 필요하다며자사의 노트북도 구입토록 했다.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신용카드로 400여만원을 대출받아 옷과 노트북을 구입했으나 지난 3월중순 회사는 김씨를 포함해 신입사원 9명 중 5명을 해고했다.

인터넷취업홈페이지인 스카웃(www.scout.co.kr)의 불량기업신고센터에는 이같은 피해를 당한 구직자들의 고발이 4월 한 달에만30여건 접수됐다.한 피해자는 “취업사기를 당해 생돈 500여만원만 날리고 퇴사한 뒤 불면증까지 얻었다”며 “주변에 피해를 본 친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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