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본합의 도출을 시도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를 기본합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의 주체인 한국노총은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부 합의문 초안 제시, 한국노총 회의 불참

<매일노동뉴스>가 16일 입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노사정 공동선언)’<사진 참조>에 따르면 정부는 19일 예정된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기준과 절차 마련에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위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가그룹은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도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했다. 해당 문건은 15일 회의에서 정부가 합의문 초안 성격으로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문건에서 “노사정은 고용·근로조건 조정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방지 및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서면계약 관행 정착과 더불어 근로계약 해지 및 근로조건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달 4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밝힌 "저성과자에 대한 절차 마련"과 같은 맥락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조건 조정이나 최악의 경우 해고를 할 수 있도록 기준·절차를 마련하면 사실상 해고요건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KT의 퇴출 프로그램처럼 특정 노동자를 해고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사정 기본합의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면 선언적 합의 이상의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 초안에 반발한 한국노총은 16일 특위 전문가그룹 회의에 담당자를 불참시켰다. 대신 이병균 사무총장이 노사정위를 방문해 정부안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비정규직 대책은 '두루뭉술' 해고 완화는 '자세히'

노사정위는 19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기본합의문을 만든 뒤 내년에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기본합의를 위한 협의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9일 회의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5대 의제와 이에 따른 14개 세부과제 논의를 개시한다는 수준의 합의가 필요한데 정부측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까지 담아 합의문 초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큰 방향에 동의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당연히 담겨야 한다”며 “국민은 노사의 양보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가 '노동시장 격차 완화'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정규직 과보호 완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기본합의 초안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돼 있다. 저성과자 근로조건 조정이나 해고 기준·절차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특위 논의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비정규직·협력업체 근로자 처우개선을 지원한다”거나 “비정규직 보호 및 격차 완화 대책을 마련해 2015년 3월까지 노사정 위원회 논의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열쇠 쥔 한국노총에 쏠리는 이목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아무리 선언적인 합의라 하더라도 정규직 해고를 언급하는 내용이 포함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한국노총이 지난해 5월 합의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당시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임금피크제 실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정 합의를 한 뒤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별다른 근거 없이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하면서도 정리해고 요건 강화나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최저임금 인상 등 대선공약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노사정 합의를 하면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전체 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킬 구조개악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한국노총이 노조의 자부심을 지켜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