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공인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

정규직과 동종 또는 유사 노동에 대해 임금 등 차별을 금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차별은 여전히 만연하다. 사업장 대부분의 인사정보를 사업주와 정규직이 통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이 사업주의 방해를 극복하고 정규직과 동종 또는 유사한 노동이라고 입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비정규직에게 차별시정제도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노동위원회의 연평균 차별시정 접수건수가 100여건뿐이라는 통계를 보면 차별시정제도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올해 9월19일부터 달라진 차별시정제도를 시행했다. 징벌적 성격의 배상제도와 취업규칙·단체협약 등 제도개선, 동일·유사 조건의 비정규 노동자에게 확정된 시정명령의 효력 확장 등을 추가했다. 강력한 차별시정 명령을 통해 차별을 줄여 보자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차별로 인정받기 위한 전제들, 즉 동종 또는 유사한 노동이라는 장벽과 비합리적 차별이어야 한다는 장벽을 뚫은 비정규직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차별시정제도의 원조 격인 남녀차별 관련 제도는 아직도 과거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1987년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동일가치 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동일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정한다고 친절하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차별 기준에서 기간제법상 동종 또는 유사성보다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 노동기준이 더 피부에 와 닿고,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용이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남녀차별은 남성과의 차별 기준의 구체성이 있는데도 제도적으로 구제받기가 더욱 어렵다. 차별받은 여성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받은 여성노동자의 경우 구제수단이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소송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고용노동청에서 남녀차별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남녀 차별임금이 근로기준법상 체불임금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에서 법률구조공단의 소송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을 정작 여성노동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알고 있더라도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안내하면 포기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왕에 존재하는 차별시정제도에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남녀 차별임금도 차별시정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것이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한 정부의 효율적인 행정과 차별받은 노동자의 실질적인 구제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요새 필자는 여성노동자를 상대로 차별임금 상담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들도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임금 진정사건을 접하기 힘들다고 한다. 남녀 차별임금이 해소돼서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직장 질서라는 명분으로 광범위하게 차별을 용인하고, 남녀차별을 당연하게 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차별을 시정할 수 있다는 기대치가 작아졌고, 결국 자포자기한 것이리라. 더구나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여서 이중의 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할 때 제도적인 활용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고, 점차적으로 불합리한 차별이 시정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도입된 지 8년차인 차별시정제도 활용도가 낮은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노동관계에서 대표적인 불합리한 차별인 남녀차별을 차별시정제도에 포함해 운영하는 탄력적인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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