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비였다고 새로 시작하는 어느 사극 광고판에 적혀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빠고 엄마라고, 길에 나선 노동자들이 말했다. 아들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그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고 싸움에 나선 이유를 곱씹었다. 교섭은 지지부진했고 바람은 날로 차가웠다. 세종로 높은 옥외전광판 좁은 틈에서, 여의도 강바람 드센 그늘진 농성장에서, 또 어디 낯선 길바닥에 앉고 누워 날 선 겨울을 산다. 비극이다. 자주 활극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희대의 사기극을 파헤치는 시대고발극이다. 쉼 없어 일일연속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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