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임시국회가 15일부터 한 달간 열린다. 국회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논란이나 공무원연금 개편, 국정조사로 초점을 모으고 있다. 당장 16과 17일 긴급현안질문 내용이 그렇다. 지난 10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원내대표가 ‘2+2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를 구성하고, 해외 자원개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정쟁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류돼 있는 노동관련 법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심의도 재개된다. 당장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는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하청업체 산재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이달 하순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 그와 관련한 논쟁도 뜨거워질 것이다. 재계와 노동계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무엇을 꼽을까.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반드시 의무가입해야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특수고용직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만은 올해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올해 2월이다. 그런데 10개월 동안 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두 번이나 심사를 보류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은 우리 사회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산재를 당해도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특수고용직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임의가입 형식이라서 가입률이 매우 낮은 형편이다.

그래서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이들을 보호하고자 산재보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설계사·택배기사·학습지 교사 등 6개 직종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의무가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논의의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정부 역시 입법에 적극적이다. 환노위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된 법안을 법사위에서 발목 잡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근로시간단축 논의 때 기업 어려움 충분히 반영해야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최근 정규직 과호보 논란과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유연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에 대한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논의는 국회나 정부에서 등한시했다. 논의의 물꼬가 어느 정도 열린 만큼 이번 기회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전히 임시국회 핵심 이슈는 근로시간단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해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업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 가능하다면 노사합의로 주당 근무시간을 8시간 더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할증임금을 중복 지급하는 문제도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문제다. 지금껏 여야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이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근로시간단축 문제가 나온 배경은 근로자의 건강을 챙기고 여가시간을 확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임금을 챙기자는 게 아니었다. 중복할증을 없애도 지금보다 임금이 삭감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중복할증이 되지 않도록 근로시간단축 논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정쟁보다는 노사 간 쌓여 있는 산적한 현안을 먼저 살피는 임시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하루하루 피 마르는 감정노동자들, 법으로 보호해야  

 신성민
신한카드노조 위원장

과거보다 감정노동의 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금융업·유통업 등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들인 데다 비정규직들이다. 대부분 도급이나 파견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감정노동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감정노동에 대한 국가와 사업주의 지원이나 조치사항을 규정해 놓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에는 업무상질병의 인정 기준에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추가했다. 그런데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감정노동자들의 보호 장치가 될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안타깝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려가며 일하고 있다. 감정노동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병이 생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와 휴식이다. 사용자들은 입으로는 쉬라고 하면서도 목표할당량을 더 준다. 이들의 휴식과 치료를 법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다.

국회에 올라가 있는 개정안들이 대부분 사후적인 조치라면 사전적 예방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악성민원인들에 대한 조치다. 최근 문제가 된 대한항공의 '땅콩 부사장'도 악성민원인인 셈이다. 회사가 고객의 입장이 아니라 상담원들의 입장에 서서 악성민원인들의 거래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ARS에 '이 전화는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되고 있다'는 멘트 정도라도 넣는 성의가 필요하다. 악성민원인들의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도 줘야 한다. 회사 경영진들의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시행해야 한다. 아프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

건설노동자의 눈물 닦는 한 달이 되길  

현석호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

건설업계에서 하도급 비리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하도급 과정에서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임금을 떼이고, 처우가 나빠지지만 해결책은 요원했다. 환부는 제거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았다. 그런 가운데 국회에서 건설노동자가 반길 법안이 발의됐다. 건설근로자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건설기능인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건설 인력과 장비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전자카드를 발급해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 하도급 비리를 원천 봉쇄할 수는 없겠지만 눈에 띌 정도로 개선할 수는 있다. 전기공사 현장에 따라 필요한 전기원 인력을 의무고용 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이다. 그동안 전기원은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적정 인력보다 적은 인원이 전기공사를 하는 바람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전기원의 연령은 점차 고령화되는데 인력은 부족해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려 왔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기원의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2014년, 국회가 잠자고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건설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

하청업체 노동자 권리보장 법안 절실

박재범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12월11일로 씨앤앰의 비정규 노동자 두 명이 30미터 광고탑 고공농성에 오른 지 30일이 됐다. 109명의 해고자 노숙농성도 157일이나 됐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이 땅의 노동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자를 살리는 정책을 요구했더니 정부는 오히려 노동자를 죽이는 정리해고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만 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2015년 1월까지 임시국회가 개최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회는 시급히 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시급한 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하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승계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교섭 의무화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비정규직 남용방지를 위한 비정규직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이런 과제들은 현재 씨앤앰 정규·비정규 노동자들의 150여일간의 투쟁과도 무관하지 않다. 씨앤앰 원청은 외주화 남발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불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외주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회피도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한 노동자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만 해결책을 내는 방식은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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