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대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대법원 2011다41420 징계무효확인

1. 사건의 경위


언론사인 주식회사 YTN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2008년 5월28일 구본홍을 YTN의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구본홍은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의 선거운동 당시에 방송총괄본부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YTN의 이사회는 2008년 5월29일 구본홍을 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YTN 대표이사는 그해 7월14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는데, 이 주주총회장에서 주주총회 개최를 저지하려는 노조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비용역원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주주총회가 연기됐다. 그 뒤 YTN 대표이사는 같은 해 7월16일 오후 5시56분에 다음날 오전 9시에 주주총회(연기회)가 개최된다는 내용을 전자게시판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통지했다. 그런데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에게는 통지를 별도로 행하지 않았다. 2008년 7월17일 YTN 대표이사는 명시적인 표결 및 집표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로 구본홍이 선출됐다고 선포했다. YTN의 이사회는 같은 날 오후 이사로 선임된 구본홍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했다.

구본홍은 그해 7월21일부터 YTN에 출근했는데, 노동조합(당시 위원장은 박00이었음)은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했다. 이후 새롭게 구성된 노동조합(위원장 노종면)도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했다. 그리고 구본홍이 한 2008년 9월2일자 인사명령을 거부했다.

이후 YTN은 2008년 9월24일부터 9월26일까지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후 노종면·조승호·현덕수·우장균·권석재·정유신 등 총 6명을 해임하고, 임장혁 등 2명을 정직 6개월에 처하는 징계를 행했다.

노동조합과 YTN은 그 이후인 2009년 4월1일 “쌍방이 고소·고발 및 소송을 취하하고(징계무효 확인소송은 예외), 노동조합은 파업 및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종료하며, 쌍방은 향후 공정방송의 제도화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2009년 임금을 동결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맺었다. 노동조합은 합의에 따라 2009년 4월13일에 2008년 7월17일 주주총회(연기회) 결의에 대해 제기했던 주주총회결의 취소 청구의 소를 취하했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노조원들이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하고 구본홍의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은 행위가 적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가 ② 적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해도 노조원들에 대해 행해진 징계가 재량권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행해진 것인가 ③ 2008년 7월17일 주주총회(연기회)에서의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인가 ④ 인사위원회에서 구두진술권을 보장하지 않았는데도 징계절차에 하자가 없는 것인가.

3.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2008년 7월17일 주주총회는 전날 오후 6시가 임박해서야 소집 통지가 이뤄졌고, 사내 전자게시판에 게시한 소집 공지는 통지의 도달이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들어 소집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면서도 그 하자가 무효 내지 부존재라고 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는 아니라고 봐 그 결의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인사위원회에서 구두 진술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도 서면 진술권을 보장했으므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노조원들의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도 보았다. 그러나 6명의 해고자들에 대한 징계는 YTN이 방송으로서의 공익성을 요구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보도의 원칙을 준수할 책임이 있는데, 공정보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필요불가결하고, 해고자들이 행한 행위는 YTN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봐 YTN이 징계 재량권을 남용해 행한 부당한 징계라고 보았다. 그 밖의 정직자들에 대한 징계는 징계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은 정당한 징계라고 보았다.

2심 법원은 다른 내용에서는 1심 법원과 동일하게 판단하면서도, 6명의 해고자들에 대한 징계가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 법원은 YTN의 직원들 또는 노동조합이 새로 선임되는 YTN 대표이사의 경력이 방송의 공정성·객관성·공공성·균형성의 전제가 되는, YTN의 언론으로서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이를 저해하는지를 판단해 그에 관한 의견을 밝히거나 대표이사에게 주의를 촉구하거나 이를 견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YTN의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의 개최 및 의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의 개최 및 의결 등의 절차를 방해하고, 대표이사의 출근을 저지하는 행위, 인사위원회의 개최 및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고유의 목적이나 활동과 무관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YTN의 주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의 자유 또는 의결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YTN의 경영권에 부당하게 개입 또는 간섭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징계처분 이후에 노조원들이 한 행동도 징계양정에 있어서 참작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2심 법원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형사 재판에서 정식기소돼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노종면(노조 지부장, 벌금 2천만원)과 조승호(공정방송점검단장, 벌금 1천만원)·현덕수(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 벌금 1천만원)에 대한 해고는 징계재량권 내에서 행한 정당한 해고라고 봤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약식기소돼 비교적 적은 벌금형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우장균·권석재·정유신에 대한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해고라고 봤다. 그 외 정직자들에 대한 징계는 징계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은 정당한 징계라고 봤다.

3심 법원은 2심 법원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는 등의 이유로(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의 판결에서는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2심 법원이 인정한 사실을 상고법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달리 인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심 법원의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봤다.

4. 검토 의견

이 사건의 쟁점들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은 YTN 노조원들이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하고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은 행위가 적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해도 그런 행위를 한 노조원들에 대해 해고까지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쟁점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노조원들이 행위를 한 이유, 즉 YTN 방송사로서의 특수성, 방송사 종사자들의 직업윤리와 회사의 경영권의 상충관계, 노조원들이 행한 행위의 정도, 노사 간의 교섭과 합의의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노조원들은 오로지 방송사인 YTN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하고 그 인사명령에 불응했던 것이고, 그 정도도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관계를 종료해야 할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었다. YTN의 경우 시사보도 전문 방송사로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경우 회사 경영에 있어서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데 노조원들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영에도 보탬이 되는 행위였고(실제로 노조원들의 행위로 인해 YTN의 주가가 상승했다), 일정 기간 이후 노사 간에 상호 적대적 행위를 종식하고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정했다. 또 방송사에도 경영권이라는 것이 당연히 있고 그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방송사의 존립 목적인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행위를 한 노조원들에 대해 해고까지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봐야 함이 마땅하다. 1심 법원은 그 점을 가장 정확하게 지적했던 것인데, 그 판결이 상급심에서 취소된 것이 못내 아쉽다.

YTN의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가 YTN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봐도 그 해고가 잘못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해고 이후 YTN의 방송사로서의 신뢰성은 급격히 떨어졌고 그에 반해 정치권과의 결탁은 더 노골화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YTN의 보도국장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으로 언론단체로부터 ‘권력 해명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이 해고자들 전원에 대해 해고가 무효임을 선언하고 원직복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면 YTN은 재판에서는 졌지만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YTN으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 방법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해고자를 원직 복직시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YTN은 방송사로서의 신뢰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다소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YTN은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 원직에 복직한 노조원들에 대해 다시 징계를 행할 것임을 통보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지키려는 노조원들의 싸움은 재판과 무관하게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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