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 도로에서 고가의 수입차인 BMW·벤츠·인피니티가 3중으로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차량은 미수선수리비로 2천10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친구관계로, 과거에도 수차례 상호 추돌사고를 낸 전력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공모해 일부러 사고를 낸 뒤 미수선수리비를 편취한 보험사기였다. 미수선수리비는 차량을 수리하지 않고 수비리를 추정해 현금으로 수령하는 보험금이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여간 차량 대물사고 17만건 중 수입차의 대물사고 및 미수선수리비 다수 지급건을 중심으로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수입차를 이용해 687건의 고의사고를 일으켜 보험금 41억9천만원을 편취한 사기혐의자 30명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이 청구한 미선수리비는 20억3천만원으로 전체 차량수리비 33억6천만원의 60.5%나 됐다. 손해보험사의 평균 미수선수리비 처리비율은 8.8% 수준이다. 이번에 적발된 혐의자의 사고 1건당 평균 수리비는 490만원으로 외제차 평균 수리비(280만원)의 2배, 국산차 수리비(90만원)의 6배나 됐다.

사기혐의자들은 인적 피해가 없으면 사고조사가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해 가벼운 추돌을 일으킨 뒤 미수선수리비를 청구했다. 그런 다음 중소 수리업체에서 저렴하게 수리하거나 아예 수리하지 않았다. 경미한 사고로 차량 펜더의 일부만 파손됐는데도, 휠·타이어·외장랩핑·서스펜션 등 고가의 사제튜닝 제품이 모두 파손됐다며 1천500만원 상당의 수리비를 부풀려 청구해 이 중 일부를 미수선수리비로 편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저가로 구입한 중고수입차로 사고를 낸 뒤 미수선수리비를 받거나,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법 등 법규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를 일으켜 5천900만원을 가로챈 혐의자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수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상습적 교통사고 다수 야기자의 경우 보험사기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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