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기업 단위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 7월로 3년을 넘어섰다. 노조설립은 자유화하되 단체교섭에서 단일화 의무를 부여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창구단일화제도는 교섭효율성·비용절감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사용자 지배개입·소수노조 배제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럴 때 우리보다 먼저 창구단일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펴낸 <미국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의 법리와 실제>(이화여대출판부·2만8천원·사진)는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창구단일화제도는 내용이 복잡하고 생소해 이론적·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창구단일화제도의 모델이 된 미국의 교섭대표노조 결정제도를 조망한 연구서다.

미국 교섭대표노조 결정제도가 시사하는 바는?

미국은 1935년부터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대표노조 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의 관할하에 교섭대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교섭단위에 대해서는 ‘근로자에게 가장 완전한 자유를 확보하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NLRB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

NLRB는 단위 내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와 충분히 구별되는 ‘이익의 공통성’을 기준으로 사용자단위·숙련직종단위·공장(사업장) 단위 등 적정 교섭단위를 결정하게 된다. 교섭대표권 기간은 NLRB의 인준을 받은 시점에서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최장 3년까지 인정된다.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를 두고 있고, 복수노조 간 차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도 있다. 저자는 “미국의 교섭대표노조는 교섭단위 내에서 근로자 전체를 대표해서 교섭하도록 함으로써 노조 소속 또는 가입 여부에 따른 차별을 배제하고 있다”며 “교섭단위가 매우 유연하게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섭관계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교섭대표노조 인준 뒤 1년간 교섭대표권에 대한 도전을 허용하지 않고, 교섭대표노조 결정 과정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에 엄격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교섭대표노조 선거가 평균 41~75일 걸리고, 긴 기간만큼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한계로 지적했다. ‘이익의 공통성’ 기준에 따라 교섭단위가 소규모로 파편화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통령(1명)과 여당(2명), 야당(2명)이 본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NLRB 구성의 당파성 때문에 정권교체 때마다 입장이 바뀌는 상황도 단점이다.

한국의 창구단일화제도가 나아갈 방향

미국의 교섭대표노조 결정제도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나라 창구단일화제도의 문제점으로 △지나치게 많은 시행령 위임 △소수노조 공동교섭대표단 참가자격 박탈 △교섭대표노조 확정까지 장시간 소요 △교섭단위 수정·통합 권한 배제를 지목했다.

저자는 “미국의 교섭대표노조 결정제도가 많은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운영경험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가장 주목할 점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교섭대표노조 결정 과정에서 근로자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모색을 해야 시점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반수 노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근로자 10% 미만 노조를 제외하고 교섭위원을 조합원수에 따라 배분하는데, 근로자 전체 의사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조합원의 의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 조합원 선거를 통해 다수 득표를 한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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