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 구태우 기자

“사!” “랑!” “해!”

낭랑한 목소리가 겨울 한파로 얼어붙은 강원도 산자락에 울려 퍼졌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비정규직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에 모여 1박2일간 서로를 다독였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와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한 공동워크숍 ‘오감만족’에 참석한 60여명의 활동가들은 한 해 동안 쌓였던 피로와 아픔을 씻어 냈다. 머리를 맞대고 고용형태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장은 “마음과 몸을 치유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감만족' 비정규 활동가들=공동워크숍에는 전국 각 지역 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행사가 시작되자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세영 상담실장(공인노무사)은 수줍은 듯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수상이유를 읽는 동안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이 소장은 “(김세영 실장은) 평소 악덕 사업주의 욕설이 오가는 상담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끈기와 오기로 어떤 힘든 사건이라도 해결하고 마는 사람”이라며 “지금처럼 비정규 노동자들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는 상담실장이 되기를 바라며 상을 수여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워크숍에 참석한 60여명의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며 상장을 줬다. 수상이유를 읽은 후 상장을 등에 붙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얼굴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여 주며 인사를 나눴다. 안산지역 제조업종 파견노동자로 일하는 정아무개씨는 “술과 노래를 사랑하는데 공장에서 일하니 풍류는 온데간데없고 매일 잔업과 특근을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참가자들과 함께) 풀어 보려고 워크숍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임단협 투쟁 넘어서야”=한바탕 크게 웃던 참석자들은 토론회 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운동과 조직화에 대한 고민을 쏟아 냈다. 정의헌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 부의장은 “비정규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지역사회에서도 현장에서도 소외된 약자”라며 “비정규직센터는 (이들을) 일회성으로 보호해 주고, 구제하는 것 외에도 현장과 지역에서 (노동자) 자신의 문제를 보다 뚜렷하게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은 일터와 삶터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새롭게 준비돼야 하고 가능한 지역에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무엇을 함께 시작할지 얘기해 보자”고 주문했다.

김은선 희망연대노조 지역연대국장은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과 더불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김 국장은 “비정규직·자영업자·실업자 등 안정된 직장에 머물지 못하고 떠다니는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점에서 정규직과 특정 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며 “희망연대노조는 본조에 생활문화연대국장·나눔연대국장·지역연대국장을 배치해 관련 사업만을 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노동운동의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관련 사업을 끊임없이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넘어 지역과 함께하고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싸움을 해야 하는 지역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울타리가 돼 주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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