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춰 노사합의를 도출했던 강원랜드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용일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2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는데 요구 대상이 회사 대표가 아닌 정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낙하산 인사를 지키기 위해 기존 노사협약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에 따르면 강원랜드 노사는 10월10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8월 노조가 총파업을 하는 등 내홍을 겪었던 터라 노사 양측은 교섭타결에 반색했다. 지난달에는 임금협약에 노사가 서명했다.

임금교섭 당시 강원랜드는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김 본부장은 강원랜드 주무부처인 산자부 관료 출신이다. 임금교섭에서 노사는 정기상여금과 특별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임금체계 설계는 강원랜드의 용역을 받은 안진회계법인이 맡았다. 노사 합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춰 이뤄졌다. 산자부도 노사 합의 내용에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강원랜드 새 사장에 함승희 전 의원이 부임한 뒤 산자부는 임금 재협상을 노사에 주문했다.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지 말고 아예 없애라는 게 산자부 주문의 핵심이었다. 임금 저하를 우려한 노조가 노사합의를 이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함승희 사장도 기존 노사합의 이행을 노조에 약속했다. 하지만 산자부는 재협상 주문을 고수했다.

노조는 산자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노조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자부 출신 관료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함승희 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사장은 지난달 13일 사장에 임명된 뒤 같은달 24일 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사장 선임 전까지 임기가 임시로 연장됐던 김시성 본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노조 관계자는 "산자부가 김시성 본부장 자리 보전을 요구했고 함승희 사장이 이를 거부해 얼굴을 붉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인사가 어렵게 되자 기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산자부가 노사합의에 어깃장을 놓는 등 압력을 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사태는 조만간 국회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자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만간 이 문제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함승희 대표는 2007년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맡는 등 친박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 친박연대 후보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