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분회장 김영희)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터라 필수유지업무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4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경북대병원분회의 파업이 8일째 진행되고 있다. 분회는 지난달 27일 복지 축소 철회와 임금인상, 간호인력 충원, 칠곡 제3병원 건립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조합원 1천200여명 중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하고 350여명이 8일째 병원 로비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원점에서 돌고 도는 협상

협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분회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지난달 26일 밤 파업에 들어가기 직전 애초 정부가 제시한 임금축소안을 철회하고 총액임금대비 1.7%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파업 이후 교섭에서는 다시 정부 지침을 근거로 복지축소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분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단체협약을 통해 맺어진 노동조건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빼앗는 내용을 전제로 교섭하겠다는 것은 장기파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라며 "경영에 참여한 적도 없는 직원들에게 방만경영 개선을 조건으로 개악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제3병원 건립 문제 역시 병원측이 "임상실습동 건립 과정에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분회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3병원 건립을 공공의료 파기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분회 관계자는 "경북대병원 병상가동률이 85% 수준인데 제2병원을 개원하면 적자가 큰 폭으로 늘 수밖에 없다"며 "제3병원이 개원하면 병원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공공병원 역할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 2천500억원을 충당하려면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와 직원들의 근로조건 악화가 명약관화하다"며 "의료시설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은 영리추구에 눈먼 의료기관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간호인력 충원 핵심 쟁점으로

이런 가운데 간호인력 충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병원측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로 충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내년에 충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2013년 협상 때도 충원하기로 합의했다가 약속을 어긴 적이 있어 노동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법으로 정해진 휴가권까지 박탈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파업 참가자는 "연차휴가 등을 한 달에 4~5일 정도는 쓰지 못하고 있다"며 "신규인력을 채용해도 오랜 기간 교육을 통해 적응시키고 나면 칠곡의 제2병원으로 발령을 내는 바람에 인력부족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원이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려움을 파악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대일 분회 사무장은 "병원측이 업무방해로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조치를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며 "파업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인 권리로 정당하고도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장은 이어 "협상을 통해 하루빨리 파업이 정리되기를 바란다"며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병원이 개악안을 철회하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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