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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의 나침반이 잘못됐다"고 했다. "관료들이 간을 보는 식으로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다. 요약하면 비전문가들이 고장 난 나침반을 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태(56·사진) 새누리당 의원(서울 강서을)이 최근 노동계를 들끓게 만든 기획재정부발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칼끝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향했다. 작심한 듯 인터뷰를 요청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한 김 의원은 최근 상황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에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종착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비정규직”이라며 “경제성을 앞세워 사회적 공감 없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엄청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최경환 부총리가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했다. 기재부는 '중규직' 고용형태를 만들겠다는 말까지 흘렸는데.

“요즘 정부가 내놓은 노동·고용시장 정책을 보면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 말이다. 전문적 지식이나 경제논리도 중요하지만 노동정책의 근간이 돼야 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이다. 국민의 아픔을 정서적으로 공감하면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섣부른 계산이나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은 오히려 더욱 큰 사회적 갈등과 이해 당사자들의 충돌을 부른다.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요즘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노동정책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여러 노동정책에 관여해 온 나에게도 무척 당혹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한 번도 검토하지 않은 내용이다. 경제부처 관료들이 간을 보는 식으로 언론에 내용을 흘리면서 국민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매우 잘못된 태도다.”

- 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을 키워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노동경제의 기본만 알아도 그런 얘기는 못한다. 정규직이 됐든 비정규직이 됐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해고의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이다. 경영상 이유도 모자라 이를 더욱 풀어 기업들의 활동을 더욱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이 최경환 부총리의 생각인 듯하다. 지금까지의 전례와 기업의 속성상 아낀 비용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용의 질을 하향평준화시킬 것이다.”

- 19대 국회 전반기 환노위에서 활동하며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래서 더욱 아쉽다. 특히 정리해고 요건 강화는 경제민주화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사회공약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임기 2년 만에 핵심 참모인 부총리가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리해고 요건 강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위한다면, 차라리 10년으로 늘려라"

- 노동부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같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제도 도입취지를 모르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해당 기간을 넘길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취지로 만든 법이다. 그동안 노동부가 관리·감독·지도를 소홀히 해서 현장에 정착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사용기간을 늘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위다.”

-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2년 고용 후 해고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 이유 때문이라면 차라리 비정규직 고용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 의정활동을 하며 기간제 근로자들을 많이 만났다. 하루라도 더 일하기를 바라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를 반영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지, 사용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방안이다. 통계청이 얼마 전 처음으로 비정규직이 6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800만명 이상이다.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의 씨앗이 비정규직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종착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채용으로 비용을 줄이려 하겠지만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얼마 전 새해 예산안 심의를 마쳤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보건복지부가 소관하는 각종 복지예산이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이들의 처우가 갈수록 악화된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정부의 복지비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이 늘고,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경영여건을 좋게 한다는 점에서 기업에게만 달콤한 사탕이 될 것이다. 바람직한 사회구조는 아니다.”

- 여야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이후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반대하고 있는데.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부합하고 사회성을 담보해 내기 위해서는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논의가 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각각의 잘잘못을 얘기하기 어렵다. 공무원 노동계와 야당은 자신들의 안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개편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공개해 국민에게 담론의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당론이라는 이유로 너무 한 가지 안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 올해 4월까지 환노위 내부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노사정소위)가 활동하면서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당 52시간으로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정리가 됐지만, 현재는 이 간극이 더욱 벌어졌다. 이유는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력자들이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경영계에 편향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동시간단축에 대해 진전됐던 합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무척 아쉽다.”

"양대 노총 통합논의 적기"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김 의원에게 현재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연장근로시간을 주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리고, 휴일근로수당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같은 당이자 전직 환노위 간사로서 권 의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 한국노총 출신 의원으로서 민주노총이 최근 진행 중인 임원직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87년 대투쟁은 노동조건 개선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대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운동은 정규직 대기업 노조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민주노총의 직선제가 정체된 노동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바라는 점은 조합원 하나하나의 표로 대표성과 지도력을 강화한 민주노총이 양대 노총 통합에 나서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노총도 제3 노총을 끌어안지 않았나. 적기다. 양대 노총이 직선제와 조직 확대를 계기로 진지하게 통합을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 박근혜 정부가 어떤 노동정책을 추진해야 하나.

“사회적 대타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얼마나 사회적 소통에 힘을 썼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목소리가 분산돼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정부 책임이다. 노동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를 활발하게 끌어안고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야 여러 의견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정책을 우려하는 주변의 목소리를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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