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비정규·양극화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규직 고용유연화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포함한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가 제기했던 정리해고 요건완화는 노동부 구상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그러나 성과가 낮은 정규직의 경우 직업훈련 등을 통해 고용유지를 위해 우선 노력하되, 개선되지 없으면 해고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간제의 경우 특정 연령대에 한해 사용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용관계 유지 어려우면 절차·기준 명확히 해야”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비정규·양극화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법학회·노사공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장관은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서도 비자발적 비정규직 증가와 하도급화라는 그간의 추세를 가급적 직접고용으로 돌릴 방안 △성실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정년 6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할 방법 △일자리를 줄이지 않으면서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년보장과 노동시장 내부격차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기존 고용관행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장관의 생각이다.

이 장관은 “동료들에 비해 현저하게 업무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경우 1차적으로는 직업훈련과 전환배치 등을 통해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사내의 룰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근로자의 성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직급 등 근로조건 조정을 통한 고용유지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재부에서 유포한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계획과는 달리 고용유지 노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사회통념상 도저히 고용관계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도 그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업훈련이나 전환배치, 직급 조정을 했는데도 저성과자가 발전하지 않는다면 고용조정을 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과제와 쟁점’을 발제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업무성과 개선기회를 부여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근로조건(직급·임금 등) 조정을 검토하고, 극단적인 경우 고용조정을 할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년 기간제 근로자, 계약연장 원해”

이 장관은 기간제와 관련해서는 “현장의 이야기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장년 기간제 근로자들은 법의 기간 제한과 상관없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당사자 동의 등 일정한 보완장치와 연계해서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2년으로 제한돼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파견과 기간제 사용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발제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고용기회의 제공이 (기간제의) 고용안정성 요구나 (원청에 대한 파견근로자의) 비전속성에 따른 불이익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의 축사와 전문가들이 발제한 내용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발제자들은 이 장관이 제시한 큰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배규식 본부장과 권혁 교수는 올해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고용노동혁신포럼 소속이다. 포럼은 노동부가 의뢰한 고용노동혁신 방안 연구보고서를 연내에 제출할 예정이다. 포럼 소속 학계 전문가들의 제안이 노동부 대책에 상당 부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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