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노동자·시민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재난과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법·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합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매일노동뉴스>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데이비드 월터스(65·사진) 카디프대 교수를 만났다. 카디프대 노동환경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주최한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월터스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대형참사 발생조건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민영화·외주화·규제완화·고용불안·노조영향력 축소로 안전시스템이 파편화됐다는 비판이다.

- 세계화로 안전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지적했는데. 어느 정도인가.

“세계화에 따른 민영화·아웃소싱·비정규직 확대 현상은 유럽·미국·한국 모두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는 안전관리를 위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됐다. 탈규제·소규모 네트워킹 등 사업방식도 변화했다. 이는 공급사슬망 최하층의 다단계 하청구조 노동자에게 위험업무를 안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근로감독·안전감독을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기지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한다. 글로벌 공급사슬망에서 가장 밑에 있는 빈국에서 노동조건 악화가 심각하다.”

- 한국의 최근 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에서는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모두 드러나 있다.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한마디로 한국은 세계화가 미치는 악영향과 부정적 효과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노조가 안전문제에 개입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노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조직하고 투쟁해야 한다. 노조만이 근본적인 노동안전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하고 결정적 주체다. 이제는 사업장에서 원·하청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 노사관계를 벗어나 문제의 원인을 찾고,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노조가 전략적으로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폭넓은 민중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아직 진상조사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지난 1일 유가족 농성장을 방문했다. 고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가 보인 용기와 강인함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옳은 길을 가기 위해 오랜 시간 어렵게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민안전에 무책임한 국가의 태도에 화가 났다.”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 정부에 제안을 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둘 것이냐를 정할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 영국·호주·캐나다는 기업살인법을 시행 중인데.

“기업살인법은 한 사회에서 산재는 범죄라는 상징을 부여하는 의미가 있다. 안전과 생명을 경시하고 무책임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통해 노동자·시민을 사망하게 하는 행위는 범죄다. 범죄를 저지른 기업과 사용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다만 기업살인법은 산재에 대한 복합적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방효과만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법 개정을 한다면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효과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현행 법·제도가 대형재난과 산재사고 예방에 적합한지 점검해서 그에 따라 개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형사고가 터지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진상조사위는 현행 법·제도를 전반적으로 뜯어보고 그 안에 사고요인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런데 한국에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포괄적인 점검을 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법이 잘 집행되도록 감시·감독하는 스마트한 규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글·사진=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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