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기업살인법도 대중의 힘으로 제정해 내야 합니다.”

<매일노동뉴스>가 2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안드레아 퍼트(37·사진) 캐나다노총 노동안전환경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캐나다노사정위원회 산업안전 분야 캐나다노총 대표도 맡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1992년 노바 스코티아주에 위치한 웨스트레이 광산 폭발사고로 광산노동자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과 임원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일명 기업살인법)이 2004년 의회를 통과했다. 기업 임원의 경우 부상사고는 10년 이하 징역, 사망사고는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

- 웨스트레이 광산 폭발에서 기업살인법 제정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노바 스코티아 주정부는 웨스트레이 광산 폭발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공개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피터 리처드 판사가 76일간 공개적으로 증언을 청취했다. 결론은 기업의 과실과 부실관리, 정부의 무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그 뒤 10여년간 유가족·노조·연방검찰·노동당이 기업살인법 제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유가족이 앞장서 싸우고 노조는 뒤에서 유가족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위로했다. 끝까지 투쟁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함께했다.”

- 기업살인법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사실 형법상 웨스트레이 수정조항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검찰·지방 안전보건감독관들이 중대재해 형사처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살인법이 많은 것을 바꿨다. 현재 산재가 발생하면 경찰·검찰·노동부가 팀워크를 이뤄 일한다. 빅토리아시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웨스트레이 수정조항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각 지방정부가 수정조항을 이행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 한국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아직 진상조사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났다. 가족만이 아니라 국민이 모두 슬퍼한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 경제활동을 마비시킨다는 이유로 정부가 유가족을 매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너무 끔찍한 일이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대처해야 한다. 진상조사가 시작돼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 그렇다면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진상조사나 청문회가 필요하다. 캐나다에서도 그렇게 했다. 사고 발생 뒤 진상규명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 세월호 참사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모든 과정을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진상조사 과정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진짜 원인을 찾아내고 거기에 입각해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가 국민을 죽게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 한국에서도 기업살인법 제정 목소리가 높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캐나다 경험상 노조는 더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전체 국민의 요구로 모아 내야 한다. 가장 큰 역할은 유가족의 목소리가 사회에 드러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야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여론이 형성된다. 기업살인법은 대중의 힘으로 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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