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말했다. "임금도 오르고 또 60살 정년까지 보장도 받는다. 그래서 기업들이 정규직 뽑기를 무서워하고 있다." 이어 기획재정부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말했다.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노총 등이 반발해서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는 국장의 말을 공식적으로는 부정했다.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틀 뒤에 정형우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말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파견노동을 규제하고 있다.” 이 말은 파견의 대상업종을 제한하고 파견기간을 최장 2년으로 하고 있는 현행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으니, 비정규직 단체 등 노동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바로 “사실과 다르며”며 또 뒤엎었다. 그리고 이기권 고용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 투자기업대표들이 간담회에서 했던 말을 올렸다. “(한국의) 고용 경직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정규직의 고용기간 제한을 2년 이상으로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30대 이상 비정규직은 이를 원한다.” 모두 지난 11월 한 달 사이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노동문제 담당 관료들의 말로 언론에 보도됐던 것들이다. 이런 말을 뉴스로 기사로 쓰면서 대한민국의 언론은 노사문제 전문가의 말을 따서 네덜란드 등 노사문제 선진 나라에서 했던 노사정 빅딜이 필요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1일 박근혜 대통령도 말을 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 노동시장의 경직성,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勞使)간, 노노(勞勞) 간 갈등을 일으켜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이 모든 말들이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정년이 보장되는 고임금의 정규직이 망치고 있다', '그걸 확보해서 지켜내고 있는 정규직노조가 문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말들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정년이 보장되는 고임금의 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규직 해고를 쉽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관료들은 차마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이기주의 정규직노조가 만악의 근원이다.' 그리고 마음껏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 '정규직노조를 손봐주고 싶다. 70~80년대 노조탄압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답게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로 노동시장을 양극화하고 노동시장을 경직화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대한민국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뜨려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은 일부 대기업 정규직노조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임금구조는 심하게 경직된 연공서열형으로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인건비가 신입직원의 2.8배에 달하는데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고 노동자 임금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서 "이러한 문제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야 한다"며 "독일 등 선진국이 노동개혁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듯이 우리나라도 노사 간 긴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바람직한 방안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가동을 재개한 노사정위원회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서 이러한 문제를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과 같은 박대통령의 말을 뉴스로 보도하면서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논란과 관련해 '정규직 과보호'를 지적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3. 70~80년대였다면 경제부총리는 돈을 마구 찍어내 한국은행을 통해서 풀어서 인플레이션을 몇 십% 발생시켜 노동자 실질임금의 몇 십%를 저하시켰을 텐데 그걸 할 수가 없으니 안타까워서 전공도 아닌 노동법에 기웃거리는 것일 게다.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를 노조 걱정 없이 얼마든지 사용하도록만 보장해 준다면 정 회장님도 이 회장님도 공장증설하겠다고 외국인사장도 미국본사에 적극 한국에 투자하라고 제안할 수 있겠다고 말하니 노동부장관은 그런 고용창출 방안을 흘려듣지 못해서 하는 말일 게다. 이런 관계 국무위원들의 말을 전해 듣고 그들이 진정으로 해야 할 말은 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은 친히 문제는 대기업정규직노조라고 그 장애물을 해결하라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이런 말들이 맞다면 이 세상은 노동자가 죽어야 사는 세상이다. 이 나라는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릴수록, 노동자가 저임금을 받을수록 경제가 잘 돌아가고 그래야 우리나라 만세다. 그런데 이 세상이 이상하다. 노동자가 잘 살지 못할수록 이 나라는 잘 돌아간다니 나는 이상하다.


4. 30년 이상 근무자의 인건비가 신입직원 2.8배라고 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며 이는 경직된 연공서열형의 임금구조 탓이라고 한 대통령의 말은 이미 수년 동안 경총 등 사용자단체와 사용자들이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해 왔던 ‘오래된’ 말이다. 사실 오랫동안 노동자 임금제도를 상담하고 재판을 해 왔던 나조차도 이런 사실에 놀랐다. 3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의 임금이 신규입사한 노동자 초임의 2.8배에 해당한다는 것에 놀란 것이 아니다. OECD 나라들 평균의 2배에 이른다는 사실에, OECD 나라들에서는 1.5배 이하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2012년 기준으로 국가별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미국 7.1달러, 영국 9.38달러, 캐나다 9.85달러, 호주 16.00달러, 벨기에 10.99달러, 네덜란드 10.47달러, 프랑스 11.73달러, 일본 9.24달러, 그리고 그리스가 4.28달러인데 한국은 3.98달러(4천580원)였다. OECD의 주요 나라들과 최저임금에서 2배 이상으로 낮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이를 기준으로 해서 이보다 어느 정도 상회한 수준에서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조합원인 대공장 노동자의 시급을 정해서 이 나라 사용자들이 신규입사자의 초임으로 지급하고 있다. 아무리 현대차 노조의 조합원인 정규직 노동자라도 회사가 지급하는 기본급 기준인 1시급, 심지어 제수당 기준인 2시급조차도 초임수준에서 보면 최저임금보다 크게 높지 않다. 그리고서 30년 이상 근무자가 시급 1만원 안팎의 임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런 노동자는 몇십년을 한 사업장에서 근무해서 OECD 주요 나라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OECD 나라들과 노동자 임금을 비교하려면 시간당 지급받는 임금수준으로 직접 비교하면 된다. 그러면 이 나라에서 연공급의 임금제도가 장기근속의 노동자에게 임금을 높게 지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근속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적게 지급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노동자 모두가 몇십년을 장기근속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상을 통해서 보면, 30년 이상 근무자의 인건비가 신입직원 2.8배라고 OECD 평균 2배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한 노동자의 임금이 OECD 평균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 등 사용자단체와 사용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서 위와 같이 대통령과 관료들은 노동시장의 개혁 내지 노동의 개혁을 말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노동의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대통령과 부총리, 장관 등 관료들은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낮은 임금을 받는 초임 노동자, 근속이 짧은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대표 등 사용자들과 사용자단체의 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해서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조직해서 운영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이 하는 말을 파악하고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의 말이 무엇인지 노동자의 입장에서 파악하고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잃게 될까 두려운 이 나라 노동자들이 하는 말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말로 듣는다면 파견법 등 비정규직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은 이 나라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법이 되고 만다. 노동법은 사용자법이 되고 만다.


5. 노동자가 죽어야 잘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가 살아야 잘 돌아가는 세상은 어째서 안되는 걸까.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은 도태시키고 노동자를 살리는 기업은 살리는 경제는 어째서 안 된다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이상하다. 이 나라에서 노동의 개혁에 관한 권력의 말을 뉴스로 읽는 나는 이상했다. 정리해고되지 않는다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고 몇십년 일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초임보다 2.8배의 임금을 받는 이 나라 노동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상했다. 그런 노동자가, 그런 노동자권리가 문제라며 그 권리를 확보해서 지키는 노조를 노동 개혁의 장애물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나마 나는 안심했다. 그나마 대통령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해서 나는 안심했다. 정부, 즉 대한민국의 권력의 힘만으론 노동자를 죽이는 노동의 개혁을 몰아붙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나는 노동법을 개악하겠다고 당장 국회에서 날치기로 몰아붙이지 않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읽고서 안심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등 임원 직선제 선거가 내일부터 실시된다. 모든 후보들이 비정규직과 함께하기 위해 혁신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모두 정규직 출신의 위원장 후보인데 모두가 비정규직을 위한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심스럽게도 나는 이렇게 칼럼에서, 제 조합원의 권리라도 지켜내고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해낼 수 있는 노동조합에, 민주노총에 바라고 있다. 권력과 자본의 칼끝이 겨누는 곳에 지켜내야 할 노동자권리가 있다. 권력의 자본을 위한 노동의 ‘개혁’에 맞서 노동자권리를 위한 진정한 노동의 개혁을 외치고 쟁취해내는 것, 노동조합의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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