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원직선제가 12월3일부터 9일까지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투표로 진행된다. 선거인명부상 67만명의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단위 직접선거는 매우 이례적이다. 임원직선제는 향후 민주노총의 성패를 가를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매일노동뉴스>가 4개 후보조 위원장 후보 지지글에 이어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담은 연속기고(기호 순)를 싣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이경태
전 부산지하철노조 사무국장

택근이 형을 만난 지 벌써 20년이다. 94년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전지협) 파업으로 해고된 뒤 철도해고자 신분에도 당당하고 넉살 좋은 선배가 당시에는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던 내가 부산지하철에 입사한 것도 택근이 형의 영향이 컸다.

택근이 형은 당시 나에게 넘을 수 없는 큰 산과 같은 존재다.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자신보다는 항상 전체의 대의에 충실했던 형이 민주노총 임원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고 골치가 아팠다. 존경하는 선배가 결심을 했다니까 내가 뭔가 도와야지 하는 생각보다 ‘아! 쑥세기 판인 민주노총에 가서 왜 욕먹고 또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할라꼬 하노?’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석부위원장으로 출마를 한다고 했다.

‘이건 또 뭐지?’

지금은 민주노총의 총단결이 가장 중요하다. 조합원이 더 이상 우리끼리 싸우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그 조합원이 주인으로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원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수석으로 출마하게 됐단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선배지만 단결해서 한판이라도 제대로 이겨 보자고 열변을 토하면서 거침없이 말하는 선배 앞에서 나는 또 작아지고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택근이 형을 좋아한다.

내가 택근이 형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형이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는 학생운동까지 포함해서 운동판에 거의 30년 굴러먹다 보면 놀던 스타일이 있을 텐데 이 양반은 그런 게 없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뭔 일을 하면 꼭 다르게 해야 한다. 참신하고, 획기적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냥 대충 좀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어떤 때는 황당하기까지 한 사업을 가지고 와서 열변을 토한다. 사실 ‘선배만 아니면 확 뭉개겠는데’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황당한 발상이 막상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나도 모르게 신나고 재미나고 열정적으로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뭔가 더 새로운 게 없나?’ 사색하고 고민하면 그게 보이고 사람이 열정적으로 된다는 것을 아직도 체험하고 있다. 그런 힘들이 지역본부 본부장 시절 한진중공업 투쟁을 힘차게 벌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곁에서 같이 일한 사무국 동지들이 참 피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가끔 사비로 지역본부 동지들에게 피자도 쏘고 술도 한잔씩 사 줬던 기억이 난다. 끝까지 동지들을 설득하고 잘 챙기는 택근이 형이니까 같이 잘해 왔을 거라 믿는다. 요즘 선거운동을 한다고 전국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 든든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뜨고 있는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의 말처럼 노동운동판에 윤택근이 있어 참 다행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상층간부들이 왜 하나로 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볼 때는 그놈이 다 그놈인데 왜 우리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느냐고 한다. 현장에 와서는 단결해서 싸우자고 그렇게 호소하면서 정작 너희들은 왜 그걸 못하냐고 질책을 하고 이젠 외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단결해서 오면 확실하게 밀어준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두고는 더 그렇다. 이런 조합원의 요구를 충실하게 수행할 일꾼 윤택근이 있고 그가 결심했기에 참 다행이다.

기호 4번 수석부위원장 후보 윤택근. 그가 있기에 조합원이 요구하는 민주노총으로 변화를 만들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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