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서울시는 공공근로사업 시스템을 활용한 지역단위 고용정책으로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는 200억원의 예산으로 2천여명을 뉴딜일자리에 채용했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2015년에도 같은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사업은 “시민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참여자에게는 일 경험제공 및 직업역량 배양을 통해 시민들의 민간일자리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저소득 실업자나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한시적 실업대책인 기존 공공근로에서 분명히 한 단계 더 발전한 정책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아무리 민간일자리로의 진입을 지원하는 ‘경과형 일자리’고, 따라서 직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해도 현재 뉴딜일자리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은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하루 근무시간 6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시간급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월 급여 총액은 최저임금 수준보다도 낮아진다.

이에 대해 노동당 서울시당은 작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해 왔고 지난 24일 토론회를 열어 “서울형 뉴딜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뉴딜일자리는 ‘잠재적 괜찮은 일자리’로도 볼 수 없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일자리 성격의 불분명함을 지적하며 사업의 대상에 따라 공공근로·공공일자리·디딤돌일자리 각각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청년노동의 입장에서 서울형 뉴딜일자리는 어떤 정책일까. 올해 전체 24개 사업 중 8개, 전체 계획인원 2천10명 중 466명이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년에게 서울형 뉴딜일자리는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일 수 없다. 출발부터가 그렇다. 아무리 좋은 사회서비스가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한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안정적 일자리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형 뉴딜일자리는 본래 목적에서부터 명확하게 ‘취업 훈련’ 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청년에게 서울형 뉴딜일자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 돼서도 안 된다. 창출이라는 관점이 강조되면 본래 취지보다는 양적인 성과가 강조된다. 지나치게 양적 확대 중심으로 실행되는 것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수많은 일자리 정책들이 이미 빠져들고 있는 함정이다.

그렇다면 서울형 청년 뉴딜일자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우선 청년이라는 대상에 맞게 사업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고 평가의 기준과 내용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민간일자리로 진입하는 ‘디딤돌’로서의 취업훈련 정책이라면 그것에 부합하는 사업의 내용과 평가의 지표가 있어야 한다. 사업 종료 후 민간일자리로 이행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체계적인 일터 기반학습, 구체적인 직업훈련의 내용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시급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뉴딜일자리가 시행되는 사업 분야에서 민간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산업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민간에 대한 대책 없는 디딤돌 일자리는 단기 일자리에 대한 인건비 보조정책으로 손쉽게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뉴딜일자리에도 마땅히 ‘생활임금’이 적용돼야 한다. 일단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돼야 뉴딜일자리를 통한 취업활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취지에 맞다. 취업 훈련이기 때문에 생활임금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욱 포함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뉴딜일자리 사업의 정책 과정에 청년 당사자의 참여와 개입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형태로 ‘사회적 대화와 조정’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일자리정책의 수립·시행·평가 과정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어야 사회적 필요에 맞게 정책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서울형 뉴딜일자리는 청년들이 마음껏 딛고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디딤돌마저 가라앉아 버린다면 청년들에겐 더 큰 박탈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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