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로 창립 22주년을 맞은 매일노동뉴스가 독자편집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매일노동뉴스 보도의 공정성·심층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더욱 소통하고 신뢰받는 노동언론이 되겠다는 취지다.

1기 독자편집위원회는 김동원 위원장(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비롯해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대변인)·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윤자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강택 전 언론노조 위원장·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연윤정 부위원장(매일노동뉴스 편집부국장·사내위원) 등 8명으로 구성됐다.

김동원 독자편집위원장 사회로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1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중계한다. 이강택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대한 소회 △주제토론(통상임금·근로시간·국정감사) △자유토론 등 3가지 방향에서 모니터링이 진행됐다. 매일노동뉴스 9~11월호가 대상이 됐다.


독보적 노동언론 의미 소중
조직화·대기업 위주 보도에서 탈피해야



김동원 위원장 : 매일노동뉴스 1기 독자편집위원회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매일노동뉴스가 처음 시작할 때는 얼마나 갈까 걱정했는데 뿌리를 잘 내렸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 분야의 독보적 매체로서 중요한 인프라다. 더욱 건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우선 첫 회의니 만큼 그간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대한 소회를 말해 보자.

연윤정 편집부국장 :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대해 느낀 점을 가감 없이 말해 달라. 응어리가 있다면 풀었으면 좋겠다.

김동원 위원장 : 제가 시작하겠다. 매일노동뉴스는 다른 매체에 실리지 않는 노동이슈를 거의 다 보도한다. 아침에 매일노동뉴스를 보면 전날 노사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파악된다. 반면 주요 독자층이 노조다 보니 사용자나 정부보다 노조 목소리가 지면에 더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조금만 신경 쓰면 다른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박성식 대변인 : 매일노동뉴스가 척박한 노동언론 환경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데 동의한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전체 사회에서 노동의 목소리는 소수에 그친다. 매일노동뉴스가 외형적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 노사관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 달라.

강문대 변호사 : 매일 아침을 매일노동뉴스로 시작한다. 노동현안을 브리핑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잘 다루고 있다. 다만 의제설정이나 심충분석에서는 아직 미비한 점이 있다. 대표적 노동언론으로 자리 잡은 만큼 선도적 의제설정과 심층분석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강훈중 대변인 : 22년 전과 비교하면 매일노동뉴스가 크게 발전했다. 일반 언론은 노사관계와 노동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주체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노동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가 제대로 노동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다양한 노동사건을 다루면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비정규직·저임금·장시간 노동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좋겠다. 일회성 보도로 끝내지 말고 제도변화까지 이끌어 내야 한다. 조사·통계를 병행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동욱 본부장 : 경영계 입장에서도 매일노동뉴스는 중요한 매체다.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매일노동뉴스를 많이 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사용자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경총이 발표하는 근로시간·비정규직·통상임금 등의 쟁점은 보도되는데 개별기업 사용자들의 입장은 거의 묻힌다. 개별기업에서 분규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는지도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일정란에서도 경영계 일정이 안 보인다. 경총 일정을 보낼 테니 실어 줄 수 있나.

윤자영 연구위원 : 연구자로서 매일노동뉴스에 실리는 노동현장 이슈를 보고 연구주제를 잡을 수 있어 좋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쉬운 점은 조직화되거나 첨예한 이슈가 있는 사업장 중심으로 기사를 싣는다는 점이다. 여성노동시장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돌봄서비스 등 비공식영역에 집중해 줬으면 한다. 또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이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일반 국민도 노동이슈와 노사 입장을 알아야 한다. 일반 국민까지 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우리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통상임금 밀착취재 돋보여
의제 보편성 측면에서 고민 필요



김동원 위원장 :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다. 이제는 주제토론을 해 보자.

김동욱 본부장 : 그 어느 이슈보다 통상임금·근로시간·국정감사 3가지 이슈가 매일노동뉴스 지면을 많이 차지했다. 근로시간단축은 대부분 국회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심층적이고 균형 있게 보도하려고 노력한 점이 보인다. 국정감사는 환경노동위원회 사안을 중심으로 아주 자세하게 보도됐다. 환노위 이외 주요 쟁점도 소개됐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진 이슈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잘한 것 같다.

강훈중 대변인 :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뒤 다른 언론에도 판결 내용이 보도가 됐지만 매일노동뉴스가 아주 자세히 다뤘다. 아쉬운 부분은 단편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가 제공하는 모든 노동의 대가가 임금이라는 것을 부인했다. 이런 부분을 파고드는 취재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집요하지 못했다.

근로시간 문제도 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에서 논의했으나 결론 없이 끝났다. 노동시간이 단축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도가 필요했다.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다 보니 400만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다. 특례조항 등 고쳐야 할 제도가 많이 있다. 해외사례와의 비교도 가능하다. 이런 점을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국정감사와 관련해 쌍용차나 SK브로드밴드 등 투쟁사업장 소식이 많았다. 국정감사에서 이슈화된 사안을 끝까지 추적해서 제도개선으로까지 이끌어 갔으면 한다.

강문대 변호사 : 통상임금 이슈를 끝까지 밀착해서 추적한 언론이 매일노동뉴스다.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뒤 하급심 판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세밀히 보도했다. 다만 통상임금이란 게 노동자 전체로 보면 그렇게 큰 이슈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지급 여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통상임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논란에서 소외된 부분도 같이 다뤄야 한다. 근로시간도 법적인 부분과 밀접해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반 언론은 논란이 될 만하면 박스로 해설을 붙인다. 노동언론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반복되더라도 법적 쟁점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야 한다. 국정감사 보도의 경우 의원이 발표한다고 다 쓰기보다는 이슈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 시의적절한 이슈인지 말이다. 사용자와 정부의 대응논리도 같이 다뤄 주면서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개선 위한 후속취재 부족
제도개선까지 끌어내는 집요함 있어야



박성식 대변인 : 주제토론 이슈 중에 간접고용이 빠져 아쉽다. 통상임금은 현대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조명되다 보니 의제가 가진 보편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통상임금의 경우 임금이 무엇인가가 본질적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심층적 해석과 접근이 부족했다. 임금을 근로의 대가와 생활보장금으로 구분하고 생활보장금을 무노동 무임금에서 예외로 뒀던 임금이분설을 95년 대법원이 폐기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임금은 생활보장적 성격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통상임금 논란의 배경을 설명할 때 이런 점에서 충분히 접근하지 못한 것 같다.

노동시간 논란을 보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이 중심이 되고 있다. 왜 이런 법안을 냈는지 파고들어가는 후속취재가 아쉽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동발의한 의원들 중 일부는 철회했는데 그 배경과 권 의원 입장을 끄집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국정감사 보도에서는 노동자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감사가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명했으면 한다.

윤자영 연구위원 : 통상임금이 적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 노동자다. 통상임금이 해결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노동의 보편적 이슈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근로시간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근로시간단축을 이야기하면 중소기업은 죽으라는 소리냐고 주장한다.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이런 논리를 반박하고 장시간 근로문화를 바꾸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는 마지막 평가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김동원 위원장 : 팩트에서 오류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잘 정리됐다. 시기별로 정확히 다뤄 중요한 자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는 등 소식지로 머무는 듯한 점이 아쉽다. 통상임금 논란의 시사점과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으면 좋았겠다. 근로시간의 경우 한국노총 정책담당자 좌담회를 다뤘던데 사용자 지상중계는 없더라. 독자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사용자 목소리도 들어 봐야 한다.


노사 균형과 기획·심층보도 신경 써야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동언론 되길



강훈중 대변인 : 이른바 권성동 법안은 공동발의 의원들이 철회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김동원 위원장 : 언론사가 직접 조사·연구부문을 키우기가 어렵다면 학회와 같이 작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제별로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거나 이슈페이퍼를 써서 특집기사에 반영한다면 심층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강훈중 대변인 :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의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재계 목소리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합당한 목소리인지는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박성식 대변인 : 저 역시 경영계의 정책적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다만 하나로 마사지된 목소리보다는 노동계처럼 내부 이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가야 하지 않을까.

강문대 변호사 : 노조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필요하다. 기사의 균형을 잡기 위해 경영계 좌담회라든가 노사정이 현안마다 토론해서 지면에 반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칼럼도 비슷한 느낌이다. 사측과 정부에도 칼럼 지면을 할애하면 어떨까.

김동원 위원장 : 비노조 단체의 목소리를 자주 담았으면 좋겠다. 중국은 NGO가 많이 생겨 근로자 보호운동을 한다. 교수와 종교단체도 그런 역할을 한다. 이민자단체도 있다.

박성식 대변인 : 노조 밖의 노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데까지 찾아가는 시선과 기획이 필요하다. 작은 이슈이지만 확장시켜 가겠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논쟁적 구도를 만드는 데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해석과 사실 전달에 그치지 말고 지면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생생히 보여 주고 비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김동원 위원장 : 그동안 언론이 다른 주체들이 잘한다, 잘못한다 평가만 하다가 오늘은 거꾸로 비판을 듣고 있다.(웃음)

강훈중 대변인 : 매일노동뉴스가 이달부터 영남본부 문을 열었다. 영남지역 현지인쇄와 조간화가 실현된 만큼 더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야 할 것이다.

김동원 위원장 : 매일노동뉴스는 노동 분야의 소중한 인프라 중 하나다. 앞으로 더 크고 건강하고 공공성을 가진 매체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독자편집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박성국 대표이사 : 독립 노동일간지로서 매일노동뉴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존재다. 세계사적으로 1국1노총이 된다면 기관지가 그런 역할을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양대 노총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때까지 매일노동뉴스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4~5년간 쟁의행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금은 연간 100건 이하로 떨어졌다. 정신없이 사건보도를 따라가는 시절은 지나갔다. 개별노동사건이 많이 늘었는데 매일노동뉴스가 그만큼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 시기 집단적 노사관계 중심으로 보도해 왔던 관행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개별노동사건을 쓰면 재미는 있겠지만 깊이 있게 볼지는 의문이다.

최근에는 통상임금·근로시간 등 정책보도 중심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고민이 많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 달라. 오늘 나온 이야기를 곱씹어 생각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가감 없이 지적해 줬으면 좋겠다.

연윤정 편집부국장 : 9~11월호 독자고충처리 사항을 보고하겠다. <바로잡습니다> 7건, <알립니다> 2건이 있었다. 더욱 줄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말씀해 주신 내용이 지면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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