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정병모)가 20년 만에 쟁의행위에 나섰다. 53차례에 걸쳐 진행된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27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노조사무실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파업 출정식에는 조합원 1만8천여명 중 6천여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파업 출정식에 불참했더라도 업무를 중단하거나 반차를 내고 조퇴한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파업규모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부분파업으로 조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크레인이나 트레일러·트랜스포터 등 중장비를 이용한 업무가 모두 중단되면서 비조합원인 사내하청 노동자가 집중된 공정까지 영향이 미쳤다. 하청노동자 비중이 크고 독립된 공정이 많아 파업효과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노조는 28일 오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파업 계획을 논의한다.

노조가 19년 연속 무분규 달성의 기록을 깨고 파업에 돌입한 배경은 '임금'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낮은 임금인상률을 유지해 왔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단기근속자의 경우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장기근속자와 단기근속자 간 임금격차가 커지게끔 구성된 임금테이블로 인해 젊은 직원들의 원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인근 현대자동차 노동자와의 임금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지난해 노조 임원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사용자 친화적 성향의 기존 집행부가 물러나고 민주파로 분류되는 현 집행부가 등장한 배경이다. 노조로서는 더 이상 임금인상을 미룰 수 없고, 그동안 진행된 저가수주의 타격으로 올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회사는 비용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형균 노조 정책국장은 "오늘 오전에 열린 교섭에서 회사는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회사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노조는 투쟁수위를 높여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 13만2천13원 인상과 성과금 250%+추가 지급, 호봉승급분 현 2만3천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기본급 3만7천원(호봉승급분 2만3천원 포함) 인상과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안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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