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연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옛날 그리스의 아키타라는 곳에 프로쿠르스테스라는 도적이 있었다. 그는 침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을 잡아다가 키가 크면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만큼 도끼로 자르고, 키가 작은 사람은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만큼 몸을 늘리곤 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맞추려고 했다. 오늘날 사용자들은 ‘임금’에 맞춰서 ‘근로시간’을 줄인다.

택시 최저임금법 개정과 소정근로시간 단축

택시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로 유명하다. 저임금을 만회하기 위해 택시회사와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점점 늘려 왔다. 교대제 택시근로자(주간조·야간조)의 1일 근로시간은 12시간에 육박한다. 주유·세차와 교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꼬박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개인수입)을 합쳐 10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는 2007년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2009년 7월1일부터 단계적 시행). 택시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으로 보는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것이다. 이는 전액관리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상향시켜 택시근로자의 실질적인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택시 회사들은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을 높이는 대신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시켰다. 7시간20분이나 6시간40분에서 5시간20분, 4시간, 소도시의 경우 3시간, 2시간으로 줄인 곳도 있다. 반면 근로자들이 일하는 시간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배차시간은 12시간 그대로고, 태코미터는 늘 10~11시간을 기록했다. 회사가 지급하는 연료량도 그대로다. 심지어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의무금(사납금)은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으로는 사납금조차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납금은 무려 9만~10만원에 이른다. 정체구간이 잦은 시내에서, 손님이 타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손님을 태우기 위해 순항하는 시간이 더 많은 택시근로자들이 시간당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용노동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더라도 1만원을 조금 넘는다. 형식상 소정근로시간만으로는 회사가 정한 사납금조차 납부할 수 없다. 사납금을 벌기 위해 운행해야 하는 시간만 8~9시간인데, 그중 실제 임금이 지급되는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하다.

택시근로자들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기 시작했다. 실제 근로시간단축 없이 외형상 최저임금법을 맞춘 것처럼 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노사합의는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한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하급심 법원은 이러한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선언했고(의정부지법 2013가합666 판결, 다만 위 사안에서는 단체협약이 무효일 경우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된다고 봤고, 단축 폭이 큰 중·소도시와 달리 단축 폭이 작은 대도시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일부 하급심 법원은 이러한 노사합의가 유효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대표적인 판결이 택시 회사의 경영난을 근거로 한 수원지법 안양지원 2012가합6320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중).

지금도 전국의 법원에서 이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필자도 형식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이고 ‘최소한 사납금 상당액을 벌기 위해 필요한 시간’만큼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소정근로시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택시근로자들은 사납금을 벌지 못하면 그만큼 임금에서 공제되는 불이익을 당한다. 사납금 합의에는 적어도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만큼은 일을 하기로 하는 합의가 내포돼 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재판부조차(위 2012가합6320 판결) 사납금을 인상하면 근로자들의 수입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법 시행으로 파괴된 사납금과 근로시간·임금의 비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진정 고정돼야 할 것이 있다면‘사용자의 인건비’가 아니라 ‘사람의 근로에 대해서는 최소한 시간당 얼마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합의이자, 법률이다.

사람을 침대에 맞춰 자르는 사회

사용자들이 임금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이는 사례는 택시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용역업체들은 근무시간 도중 자유로운 처분이 불가능한 휴게시간을 1~2시간 삽입하는 방법으로 최저임금법을 잠탈해 왔다.

내년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에 최저임금 100%가 적용된다. 그러자 전국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늘어나고, 정리해고에 직면하게 됐다는 뉴스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법원이 이러한 편법을 용인할수록 법을 잘 지키는 사용자는 경영난에 처하는 반면 법을 잠탈하는 사용자는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를, 사람을 침대에 맞춰 자르는 사회를 근절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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