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원직선제가 12월3일부터 9일까지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투표로 진행된다. 선거인명부상 67만명의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단위 직접선거는 매우 이례적이다. 임원직선제는 향후 민주노총의 성패를 가를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매일노동뉴스>가 4개 후보조 위원장 후보 지지글에 이어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담은 연속기고(기호 순)를 싣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김영주
전교조 조합원

올해는 전교조 설립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법외노조로 내몰린 위기의 해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교조 교사라면 누구나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해라서 더욱 힘이 든 한 해였다.

어려운 짐을 벗을 수 있다고 한시름 놓고 있을 즈음에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이 민주노총 사무총장 후보로 선거에 나설 결심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물었다. “아니, 모두들 쉬고 싶어 하는데 선거에 나서는 것은 뭐고, 왜 하필이면 사무총장이야?”라고. 걱정이 돼서 하는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권과 민주노총이 제대로 한 번 싸워 봐야 하잖아요. 연금법도 그렇고,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탄압하고 짓밟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래서 선거에 나섰어요. 적어도 민주노총이 이렇게 싸워야 한다, 이렇게 싸우고 싶다라고 동지들에게 힘을 주고 저 자신도 힘을 받고 싶어서요.”

이영주다운 발언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결심을 했을까 싶었다.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학급운영을 잘하는 교사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사회교과모임을 이끌었고, 실천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책자로 만들어 전교조 교사면 누구라도 쓸 수 있게 내놓았다. 학급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니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팬이 생길 정도였다. 소외되고 힘없고 아픈 아이들에게 다가가 누구보다 정성을 쏟을 줄 아는 참교사다. 잘나가는 교사로 학급에만 신경 쓰면 힘 안 들이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데도 자기 학급에서 멈추지 않고 학년으로, 학교로, 지역 전체로 나아가 행동하고 실천했다.

이영주 후보는 혁신학교로 잘 알려져 있는 학교혁신을 가장 먼저 실천한 교사다. 남들은 수업에만 전념하고 이것이 혁신학교라고 주장할 때 두 걸음 먼저 ‘학교혁신’을 뜻 맞는 교사들 서너 명과 함께 이뤄 냈다. 학교혁신은 학교를 민주적인 협의체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수업을 바꾸는 것이 혁신학교의 1차 변신이라면 학교혁신은 학교를 민주적인 결정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즉 학교 구조를 민주적인 협의체로 바꿔 학교장과 교사와 학생이 쌍방향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의해 학교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 이견을 조절하고 수없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설득하고 협의하는 지리한 과정을 거친다. 관계와 관계를 엮기도 하고 풀어내기도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학교가 학교혁신의 고단함과 어려움 때문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한다.

전교조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은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학교교육과정을 학년 선생님들이 협의해 재구성하고 학교행사는 학부모 의견까지 수렴해 불필요한 전시성 행사를 줄여 오로지 학생을 위한 수업과 학교행사만 있는 학교 말이다.

전교조가 꿈꾸는 학교혁신의 모델을 완성시켜 지역 전체에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은 이영주 후보의 당찬 실천은 그가 갖고 있는 능력 중 하나일 뿐이다.

혁신학교에서 학교혁신으로의 전진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교사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이 확장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민주적인 협의를 통한 결정이라서 일에 대한 참여도와 책임감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교사에만 국한됐다면 과소평가해도 된다. 하지만 변화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고 그런 관계 형성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모습으로 성장한다. 이것이 참교육이다.

아무도 해 보려 엄두도 내지 못할 때 학교혁신팀을 만들어 자기 학교부터 바꾸고 그것을 다른 학교로 전파시켜 학교혁신이 곧 혁신학교가 가야 할 이정표임을 알려 준 사람. 뿐만 아니라 직원회의 시간에 전교조의 필요성을 교사들에게 설파해 즉석에서 38명의 조합원 가입원서를 받은 사건은 활동가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교조에서 이뤄 낸 많은 성과와 창발적 제안·실천을 민주노총에서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후보가 이영주다.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그 마음 그 뜻대로 민주노총에서 활짝 날개를 펼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