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용 전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원직선제(12월3~9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인명부상 67만명의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단위 직접선거는 매우 이례적이다. 임원직선제는 향후 민주노총의 성패를 가를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매일노동뉴스>가 4개 후보조에 대한 인물평과 함께 공약을 소개하는 연속기고(기호 순)를 싣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나며, 후보 간 차이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연대를 강조하는 후보도 있고, 어떤 이는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으며, 또 다른 후보는 ‘통합’을 주장한다.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는 스스로를 ‘박근혜에 맞선 총파업 선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기호 2번 후보조의 색깔은 ‘투쟁’이다.

이를 두고 다른 후보들은 “파업이 가능하냐” 혹은 “파업이 능사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질문이다. 지난해 철도파업을 준비할 때도, 77일간의 쌍용차 옥쇄파업을 준비할 때도, 전교조가 법외노조화에 맞선 총력투쟁을 준비할 때도, 늘 등장하던 비관이다.

2015년 박근혜에 맞선 총파업은 반드시 필요하고,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 노동자가 서 있는 정세를 보자. 2015년은 남은 박근혜 임기 중 국가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다. 정부의 개악입법과 노동탄압이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릴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는 이미 시작됐으며, 12월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전면 확대 내용이 담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다. 휴일근로수당 삭제 등 임금체계 개악법안도 국회에 상정돼 있다. 어느 것 하나 피할 수 없는 투쟁 과제다.

둘째, 2014년 투쟁의 교훈이다. 박근혜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계속돼 왔다. 2014년 한 해 삼성전자서비스와 희망연대노조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노조, 건설·금속·보건의료·공공기관·화물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파업에 준하는 강도 높은 싸움을 벌여 왔다. 전국 곳곳에는 끈질기게 싸우는 장기투쟁 사업장이 있다. 연금개악 저지투쟁이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간접고용 공동투쟁도 제안되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투쟁으로 머물러 있으면서,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상대인 박근혜에 맞선 총파업으로 모아지지 않는 데 있다. 부문과 지역의 투쟁을 하나로 묶어 내야 할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이기 때문이다. ‘사흘에서 닷새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비웃음 속에 시작된 파업을 77일 옥쇄투쟁으로 이끈 이가 한상균이다. 박근혜의 법외노조 공세 속에 단 한 명의 조합원도 버리지 않고 힘찬 투쟁을 조직한 이가 이영주다. 서슬 퍼런 이명박의 국민노총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데 앞장선 이가 최종진이다. 싸워 본 사람들은 안다. 현장에서 몸을 맞대며 조합원을 만나고 이끌었던 이들은 투쟁을 조직하는 법을 안다.

만일 다른 후보들이 총파업의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이건 토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데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할 질문이 아니다. 스스로 먼저 결의하고, 내가 나서 조직하겠다고 하는 것이 지도부의 자세다. 주저하고 망설이는 지도부를 어떤 조합원이 믿고 따르겠는가.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는 박근혜에 맞선 2015년 총파업을 비롯해 6대 혁신전략과 3대 정치연대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지역운동 강화와 대산별 구축 △함께 싸우며 이루는 비정규직 조직화와 비정규 노동자 조직운영 참여 보장 △조합비 정률제를 통한 민주노총의 재정 독립과 정치적 독립 △사회연대위원회 건설을 통한 민주노총이 중심에 선 연대운동 강화 등이다. 식물 상태에 빠진 민주노총을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내용이다.

다른 후보들이 강조하는 혁신·통합·사회연대도 모두 좋은 말이다. 그리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투쟁 없이 혁신도 없으며, 투쟁에 복무하지 못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간부 몇몇이 손잡고 한 조를 이뤄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싸우는 노동자의 따뜻한 집이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비빌 언덕이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이다. 투쟁을 통해 커진 민주노총의 힘을 고통받는 모든 민중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연대다.

지금 유럽의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대한민국 총파업을 이끌 지도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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